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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의약품 "성분명 처방" 제도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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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의약품 "성분명 처방" 제도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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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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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왜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고 상품명(브랜드) 처방을 하려는지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 "3년 전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왜 또 끄집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의사협회) 보건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이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강화를 언급한 데 이어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성분명 처방 의무화나 제도화를 시사하면서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약사회 역시 성분명 처방을 이번 기회에 밀어붙이겠다는 각오라서 2000년 의약분업이후 다시 파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처방한 약에 대해 약사가 동일 성분의 약품들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방식으로 대체조제의 범주에 속하는 부분이다.

김화중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확대를 주어진 환경에 맞게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여약사회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성분명 처방 제도화는 국민건강과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므로 꼭 시행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반면 14일 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재정 신임회장은 "국민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의사로서 성분명 처방은 절대 안된다"며 "처방권 침해는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의약공방

가장 큰 쟁점은 동질 약효여부와 환자건강문제다. 의사들은 동일성분 동일함량이라 해서 동일한 약효를 보장할 수 없어 성분명 처방 의무화나 대체조제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성분명 처방시 약사가 매번 달리 약을 조제한다면 부작용은 물론 약효를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김재정 의협회장은 "원료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 3세계에서 생산된 원료로 만든 복제약품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생물학적 약효동등성 시험을 거쳤다 하더라도 복제약품간의 대체조제는 문제가 있고 약화사고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약사회는 단순히 동일성분 동일함량의 약품이라 해서 성분명 처방을 하라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희목 약사회 부회장은 "3개 약품 이상 생동성 시험을 거친 동일성분군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라는 게 약사회 주장"이라며 "이 경우 환자건강에도 문제가 없고 고가약 사용억제나 약국의 약품 재고부담 해소, 국내 제약업계의 육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고가약 억제?

복지부가 성분명 처방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파탄이후. 실제로 일부 선진국들도 약품비 절감을 목적으로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를 권장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청구액 기준 랭킹 10위권에 드는 약의 대부분이 다국적 제약사의 값비싼 특허약이다. 특히 의약분업 직후 37%였던 고가약 처방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55%까지 늘어날 만큼 고가약 처방이 만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처방·조제를 함께하던 의약분업이전, 거리낌없이 복제약 위주의 저가약을 써온 의사들이 의약분업이후 고가약 처방을 남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상품명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 문제도 일부 시민단체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이 이루어진다 해서 고가약 처방이 억제되거나 리베이트 문제가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약사가 약의 선택권을 가질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참여연대 문혜진 간사는 "회계적인 투명성 확보를 통해 상품명 처방의 경제적 동기를 차단하고 생동성 시험품목을 늘려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소속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실장은 "성분명 처방을 위해서는 약효 동등성이라는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간 생동성 시험이 지지부진했던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성분명은 화학명·일반명 혼용표현

'아세틸 살리실산', '아스피린', '바이엘 아스피린'

여기서 '아세틸 살리실산'은 해열·진통·소염 작용을 하는 성분을 나타내는 화학명이고 아스피린은 이 성분이 제품으로 만들어져 보통명사화한 일반명이다. '바이엘 아스피린'은 '아세틸 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을 1900년에 처음으로 제품화한 독일 바이엘사의 상품명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상품명이나 일반명, 또는 대한약전이 정한 명칭(화학명)중 어느 것으로도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분명은 일반명 또는 화학명을 혼용한 표현.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아스피린 또는 아세틸 살리실산으로 처방을 내리고 약사가 자신의 판단하에 아스피린 계열의 제품들 중 하나를 골라 조제하게 된다. 국내에 시판중인 아스피린 계열의 제품은 모두 9종. 바이엘 아스피린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카피(복제)약품이다.

특허약품(오리지널)은 특허기간(20년)이 만료되면 누구다 이를 본 따 제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특허약보다는 카피약이 20%이상 저렴하다. 국내 83개사가 생산하는 소화성 궤양 치료제인 염산라니티딘은 H사 제품의 가격이 정 당 506원인데 반해 B사 제품은 정 당 54원에 불과해 최고 9.4배까지 차이가 난다.

국내서는 약품처방이 의사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의사들이 상품명으로 처방을 하고 있다.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한 약품이 없을 경우 약사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체시험을 통해 동일약효를 입증)을 거친 약품에 한해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동일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품목을 대체조제할 경우 사전에 의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美·英·獨등 선진국 성분명 처방 권장

세계 어느 국가도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고 있으나 다만 권장은 하고 있다. 이는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면서도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가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는 제약회사간 기술격차가 컸던 50, 60년대에는 약화사고 우려로 거의 허용되지 않았으나 의약품 시판과정에서의 엄격한 검증, 의약품 제조기술의 발달과 함께 권장되고 있다.

상품명 처방이 일반적인 프랑스는 보건법에 의사의 사전승인없이 의약품을 약사가 수정·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품목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응급인 경우에는 성분명 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의사의 동의를 얻는 경우를 제외하고 약사의 자율적인 대체조제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영국이나 독일 등 상당수 국가가 성분명 처방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의료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상품명 처방에 대한 약사의 대체조제를 인정하지 않으나 해열제, 제산제, 감기약, 강장제, 비타민제 등 7개 항목에 대해서는 성분명 처방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상품명 처방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사가 처방전에 '대체 가능'이라고 표시한 경우 약사 판단하에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미국은 의사가 상품명으로 처방해도 '기재된 대로 조제(DAW)' 표시가 없으면 약사가 동일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다. 또 상당수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관행적으로 하고 있다. 단 오클라호마주는 의사지시 없이 약사가 의약품을 대체조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까지 대체조제를 법으로 금지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시판허가와 제조·품질관리 기준 강화로 의약품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대체조제를 허용하게 됐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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