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신용카드사 부실문제를 금융당국이 '관치(官治)'로 꽉 틀어막은 상태이지만, 카드사들과 시중 은행의 1·4분기 실적이 공개되는 4월말∼5월초에는 진짜 큰 위기가 닥칠 걸로 봅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장은 "막연히 알고 있던 부실문제가 '숫자'로 드러나면 시장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4월말 위기설'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는 "각 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신용카드 연체율은 7∼8월까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지금은 2001년 긴급 시장안정 대책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회사채신속인수제'와 같은 특단의 회사채 만기연장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장은 "올해가 은행에는 '최악의 해'가 될 것 같다"며 "SK글로벌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경기침체를 못 견디는 한계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2분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4월말 '카드채 대란' 재연 우려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인 A사는 올 1,2월에만 4,000억원의 손실을 내고 연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어마어마한 부실을 대주주 증자와 은행권 지원에만 의존해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우량 회사채를 제외한 대부분 회사채의 거래가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4월말∼5월초 '적자 투성이' 카드사들의 1분기 실적까지 공개되면 카드채 투매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둔화와 카드 연체증가, SK글로벌 사태가 겹치는 바람에 대부분 시중은행들도 1분기에 간신히 이익을 내거나 일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시장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은행계 신용카드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11.9%로 전 달(10.2%)보다 1.7%포인트 높아진 데다 SK글로벌과 관련해 추가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5,000억원('고정' 분류시)에서 1조원('회수의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속출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여신관리를 대폭 강화하면서 한계기업이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부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산업은행 거래업체 중 올들어 3월까지 부도 처리된 기업은 모두 9개(3,283억원)로 작년 동기(7개)와 비교하면 2곳 늘어났지만, 여신규모로는 통신업체인 두루넷이 포함되면서 13.5배에 달했다.
특히 부도난 9개사 가운데는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던 중견기업이 4개나 포함돼 있다.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로 정상화의 길에 들어선 기업들이 다시 위기를 맞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000년 8월 공동관리를 졸업한 한국시그네틱스는 경기침체에다 차입금 상환압박에 시달리던 끝에 결국 지난달 법원 화의절차에 들어갔고, 갑을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어음이나 회사채를 발행조차 하지 못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않는 영세 기업들의 도산이 더욱 큰 문제"라며 "시장불안이 증폭되는 4∼5월에 한계기업들의 경영난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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