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20년간 겔러그의 아성을 무너뜨릴 게임은 없을 것."1980년대를 풍미했던 남코의 게임 개발자 이케다 나가요시(池田長義)는 시대의 이정표가 된 겔러그의 게임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겔러그의 시대는 출시 10년 만인 90년대 초에 끝이 났다. 격투게임과 퍼즐게임이 비행슈팅게임을 대신해 비디오 게임의 신주류를 이뤘고, 이케다가 그토록 확신했던 겔러그의 게임성을 능가하는 비행 슈팅게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세이부 가이하츠의 90년작 '라이덴'(雷電)이다. 91년경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 게임은 아기자기한 무기체계와 한층 높아진 난이도로 겔러그를 밀어내고 비행슈팅게임의 왕좌를 차지했다.
이 게임에서는 아이템을 골라먹는 방식으로 무기를 바꿀 수 있다. 적의 수송선을 파괴하면 사각형 보석 모양의 무기 아이템이 나오는데, 빨간색은 좌우로 퍼지는 무기, 파란색은 적을 꿰뚫는 레이저 무기며, 보라색은 휘어지면서 주변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레이저 빔 무기다. 또 1943의 천둥번개처럼 단 한방에 적을 괴멸시키고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필살 무기(일명 폭탄)도 게임의 재미를 더 해준다. 기존 게임에 비해 배로 빨라진 총알 속도와, 상하 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가능해진 스크롤은 게임의 난이도를 한층 높혔다.
특히 좌우 스크롤은 한 화면에 등장할 수 있는 적의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와 난이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이덴에 이르러서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 만으로는 전후좌우에서 날아드는 총알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 적진에 바짝 붙는 기교마저 필요하다.
겔러그를 퇴역시킨 게임답게 라이덴은 현역 최장수 게임이 됐다. 출시된지 13년째인 지금도 오락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PC용으로 컨버전된 게임CD를 게임전문상가에서 5,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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