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방송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3부작을 만든 최삼규(47) MBC시사교양국 PD가 탄자니아 세렝게티를 다시 찾아 50일간 후속편을 촬영한 뒤 최근 귀국했다. 최 PD는 전편으로 26일 백상예술대상 TV 교양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후속편은 5월11일 방송될 예정이다. 최 PD가 세렝게티에서 겪은 현장감 넘치는 경험을 담은 제작기를 5회에 나눠 싣는다./편집자주
8시간 가량 흘렀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킵홀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밖으로 나오니 캄캄한 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초롱초롱 떠 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코끝으로 뜨거운 공기가 후끈 스친다. 겨울에서 출발해 여름으로 옮겨 온 것이다.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가 뜻밖의 호평을 받아 들떴던 것도 잠시, 1월22일 후속편 제작 지시가 떨어졌다. 스태프들과 회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인천공항을 떠난 지 이틀 만에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탄자니아. 온갖 야생동물이 자연 그대로 살아있는 세계적 자연유산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나라다. 벌써 다섯 번째 와서 그런지 모든 게 반갑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이곳은 해발 1,700m 정도 되는 고원 지대라서 그런지 해가 없는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 그런 대로 지낼 만하다. 하지만 해가 떠 지면이 달궈지는 오전 10시쯤 되면 햇볕을 피해 그냥 그늘에서 쉬고만 싶어진다. 본격적 우기(雨期)는 아니지만 한번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장마 때 오는 비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이건 '비가 온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늘에서 누가 물을 쏟아 붓는 것 같다.
이렇게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땅 곳곳이 수렁으로 변하고 미끄러워서 도저히 차를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다가 한 이틀만 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금방 굳어 버려 차가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뽀얗게 올라와 숨이 막히고 눈을 뜨기가 어렵고, 가슴까지 아프다. 이럴 때는 '비나 좀 내려줬으면' 하다가도 무섭게 비가 쏟아지면 '어서 빨리 저 비가 그쳐야 할 텐데' 하며 하늘을 원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사파리 관광 시즌이다. 150여만 마리나 되는 누(gnu·뿔말)가 대부분 이 지역에서 머물며 새끼를 낳기 때문에 사자 치타 하이에나 등 누를 먹이로 하는 육식 동물들이 모두 이 지역으로 몰려든다. 철이 철인만큼 사파리 관광객들이 묵는 호텔 방은 이미 1년 전에 예약이 끝나 제작팀은 임시로 지어 놓은 텐트에서 지내야만 했다. 하루 이틀은 텐트에서 지내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새벽만 되면 왜 그렇게 추운지…. 새벽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다 깨고, 일어나 보면 어깨가 뻐근하다.
어떤 때는 텐트 가까이에서 수사자가 배가 고파서 암사자를 찾으며 울부짖는 소리에 선잠을 깨기도 한다. '아! 여기가 아프리카지' 하며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새벽 6시면 어김없이 필드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6시50분에 해가 뜬다. 대부분의 동물은 해가 뜨기 직전에 활동을 시작해서 더워지기 시작하면 나무 그늘이나 풀숲으로 숨어 들어 쉬거나 잠을 청하다가 오후에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다시 활동에 나선다.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면 제작진은 더 일찍부터, 그리고 더 늦게까지 움직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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