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라크戰 최대변수 생화학 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라크戰 최대변수 생화학 무기

입력
2003.03.31 00:00
0 0

이라크전이 격렬해지자 이라크의 히든카드로 알려진 생화학무기의 사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라크는 현재 생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및 영국 언론은 이라크가 VX가스, 겨자가스,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 수백 톤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세에 몰릴 경우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라크는 이미 1984년 이란·이라크전 때 피난민 2만명을 겨자가스로 살상하고, 1988년 쿠르드족 마을에 화학탄을 사용해 5,000명을 죽인 전과가 있다. 생화학무기는 맥주 제조시설만 있어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위력도 대단해, '가난한 나라의 원자폭탄'이라고 부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전문기관 등이 소개한 주요 생화학무기의 종류와 증세를 하나씩 살펴보자.생물 무기

탄저균은 가축끼리 전염되는 세균으로, 인간에 의해서는 거의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독제 및 환경변화에 대한 내성이 강해 오래 전부터 인명 살상용 무기로 사용돼왔다. 1∼7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기침 등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호흡곤란과 피부발진을 일으키며 10억분의 1g으로도 36시간 이내 사람을 사망케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만일 탄저균 10㎏이 서울에 살포될 경우 서울 인구의 절반 정도가 희생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천연두는 1977년 소말리아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뒤 사라진 질병. 하지만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쉽고 접촉만으로도 쉽게 확산된다는 특성 때문에 생화학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12∼14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발열과 함께 두통, 복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면 30%가 사망한다. 아주까리(피마자) 열매에 들어있는 리신은 자연발생적 물질로서는 독성이 가장 강하다. 리신이 호흡기나 혈액 속에 들어가면 위·폐출혈을 일으켜 72시간 이내 사망한다.

보툴리누스균은 잘못 보존한 깡통의 내용물이나 음식물에서 생기는 신경독으로, 공기를 통해 감염되며 식중독과 구토, 시각장애, 운동장애 등을 일으킨다. 12∼72시간의 잠복기를 지나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항생제가 별 효과가 없고 10억분의 1g만으로도 사망에 이른다. 공중 살포나 음식, 식수 시설 등을 통해 유포할 수 있다.

화학 무기

VX가스는 피부 및 허파를 통해 흡수되는 신경가스로, 뇌에서 신경 펄스에 전달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의 작용을 막아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색깔과 냄새가 없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유독 화학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해 10㎎만으로도 목숨을 앗아간다.

사린가스는 1995년 일본 사이비 종교집단인 옴진리교 신자들이 도쿄지하철 테러 때 사용한 화학물질로 유명하다. 이 역시 색깔과 냄새 없는 액체로 몸무게 70㎏인 사람이 0.7㎎만 마셔도 1분 이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독일이 개발했고 이라크가 쿠르드족 진압에 사용했다. 타분은 독일 화학자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1930년대 발명한 화학물질로, 역시 색깔과 냄새가 없는 액체다.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된다. 호흡기를 통해 중독되며 호흡곤란, 근육경련 등을 일으킨다.

사이안화(청산칼리)수소는 색깔이 없고 독성이 강한 액체(또는 기체)로, 아몬드와 비슷한 냄새가 나고 호흡 곤란과 전신 마비, 급사를 유발한다.

이페릿(겨자가스)은 겨자나 마늘 냄새가 나는 발포성 독가스로, 미국 러시아 독일 이라크 등에서 생산했던 대표적인 화학무기.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됐으며 눈과 허파를 손상시키고 화상이나 발포증세를 유발한다.

생화학무기 막는 신기술

생화학무기의 위협이 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신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이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생화학무기 감시기술은 '똑똑한 먼지(smart dust)'라고 불리는 초소형 센서.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크리스 피스터 교수가 제안한 이 센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소형 센서를 옷에 부착해 독가스와 치명적인 세균을 감지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마이클 세일러 교수가 개발한 '나노 알갱이'도 생화학 무기에 대처하는 신 물질이다.

무인 로봇이나 초소형 비행기에 이 물질을 바르고 위험지역으로 정찰을 보낸 뒤 되돌아오면 색깔의 변화를 보고 생화학무기의 공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수진 박사는 기존에 쓰던 활성탄보다 독가스를 2∼3배 더 잘 붙잡는 탄소섬유를 방독면에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호규 책임연구원, 강원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

■13세기 몽골병사들 생화학무기 첫 사용

생화학무기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13세기 후반 몽골 군인들이었다. 몽골 기마군단은 크림반도의 카파시를 공격하면서 페스트에 감염된 시체를 투석기로 성 안에 던져넣어 성을 함락시켰다.

현대적 의미의 생화학무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1915년 4월22일 독일군은 벨기에 국경의 이프리스 전투에서 염소가스를 200톤 살포, 영국군 5,000명을 죽였다. 독일군은 또 1916년 동부전선에서 질식가스를 뿌려 소련군 5,000명을 죽음에 몰아넣었으며 1917년에는 영국군을 수포가스로 공격해 1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1918년에는 미국이 수포 작용제 루이사이트를 개발해 사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를 통틀어 생화학무기가 200여 차례 사용돼 130만명(사망 9만1,2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생화학무기가 초래한 참상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1925년 독성물질과 기타 가스, 세균전 등을 금지하는 제네바의정서를 채택했으나 일본이 1937∼42년 중·일 전쟁때 중국군에게 수포가스를 사용하는 등 이후에도 화학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1979∼81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회교 반군에게 47차례의 생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3,000명이 사망했고 1980년부터 8년 동안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군이 이란군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해 5만명을 살상했다.

1975년 3월 발효한 국제조약은 생화학무기의 개발·생산·저장을 일체 금지했으나 현재 미국, 러시아, 이라크, 중국, 북한, 리비아, 파키스탄, 대만, 시리아, 베트남, 라오스, 이집트, 이란 등 최소한 14개국이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권대익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