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머스 존슨 지음, 이원태·김상우 옮김 삼인 발행·1만3,000원
미국은 마침내 세계 곳곳의 격렬한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러한 일방적 패권주의, 힘 자랑을 내세운 '팍스 아메리카나'는 과연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아시아 문제와 미국 외교 정책에 정통한 찰머스 존슨(전 버클리대 교수)은 미국의 오만함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을 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역풍'을 뜻하는 '블로우백'은 미국 CIA의 내부용어로 비밀 대외공작의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가리킨다.
이 책은 미국을 향한 경종이다. 그는 "21세기는 미국이 전세계에 뿌리고 있는 증오의 씨앗으로부터 응답을 받는 반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중에서도 소련 몰락 이후 약 10년 동안 수행된 미국 외교정책의 위험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2000년 봄 초판이 나왔을 때 미국 내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그 해 가을 9·11 테러가 터지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비로소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적으로 그의 분석 대상은 냉전의 최후 대결장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와 주변 국가인 일본,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저항하는 역풍과 그 징후를 살피면서 남북한 상황을 언급한 대목은 더욱 눈길을 끈다.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두려운 전망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현실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그는 이승만과 전두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저지른 탄압과 살해에 따른 반미감정 확산을 역풍의 주요 사례로 꼽으면서, 특히 1980년 광주학살에 미국이 개입한 사실을 미국인들이 모르고 있음을 개탄한다. 또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불량국가로 모는 것이 실은 제국주의적 강박관념과 군산복합체의 이윤 논리가 결합된 억지이며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역풍이 미국을 겨냥한 테러 위협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의 왜곡과 전세계적 불안정을 심화할 것이며, 이대로 가다간 결국 미국이 '왕따' 당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를 막으려면 미국이 스스로 탈피하지 못한 냉전 구조를 개혁하고 제국주의적 팽창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일본과 남한에서 미군 철수, 북한에 대한 외교적 포용,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조정, 여타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 자제를 주장하고,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보다는 외교력과 솔선수범으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 만이 '없어서는 안 될 국가' '마지막 남은 초강대국' 미국의 올바른 선택이자 미국과 세계가 역풍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파국을 면할 길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와 전쟁 중인 부시는 이런 충고에 귀를 기울일까. 책의 머리말 끝에 그는 이렇게 썼다. "미국이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보인다고 해서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는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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