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볕이 한옥 처마밑 툇마루까지 올라온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전통문화연구소. 10여평 되는 ?자형 안마당이 16명의 초등학생들로 왁자지껄했다. 조선의(45) 소장이 마당 한 켠에 있는 장독대와 돌절구, 장독에 담긴 된장 등에 대해 설명하자 소란이 잦아 들었다.본격적인 인절미 만들기 시간. 조 소장이 떡시루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찹쌀밥을 마당 가운데에 준비된 떡판에 꺼내 놓자 아이들은 "와∼" 탄성을 지르며 주위를 에워쌌다. 떡시루의 원리와 떡 만드는 법을 들은 뒤 아이들은 차례로 자기 머리만한 떡메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콩고물을 묻힌 떡을 조 소장이 접시를 세워 숭덩숭덩 썰자 "김밥을 써는 것 같네" "밥이니까 썰 수 있는 거야"라고 평을 했다. 한 손씩 받아 든 인절미를 먹으며 아이들은 연신 "정말 맛있네"라고 즐거워했다.
이어진 오미자차 마시기 시간.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이어서 남기는 사람은 집에 못 간다"는 조 소장의 엄포에도 6,7명의 아이들이 우물쭈물거렸다. 하지만 "마시면 토할 것 같다"며 끝까지 버틴 아이들도 결국 한 손으로 코를 쥐고는 다 마셨다. 최소연(10)이는 "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 짠맛 5가지 맛이 나서 오미자래요"라며 배운 것을 설명했다.
이들 어린 탐방생들은 가회동 주민자치센터와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도시연대)가 마련한 북촌문화체험투어에 참가한 재동초등학교 3학년생들. '우리동네 알기'차원에서 첫 참가자가 됐다. 당초 20명이 대상이었지만 학교측 요청으로 3학년 전체 105명이 25일부터 3일 동안 나누어 문화체험을 했다.
오전9시30분 북촌문화센터에서 북촌의 유래와 유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 이날 투어는 관상감관천대, 석정골보름우물터, 재동백송을 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가회동박물관에선 부적만들기를 체험하고 한가지씩 부적 탁본도 떴다. "물, 바람, 불 삼재(三災)를 막아주고 가정에 화목을 가져다 준다는 머리 셋 달린 독수리를 선택했다"는 이용현(10)이는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다음에 한번 더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모임에 동행한 재동초등학교 이영진 교사는 "아이들이 마을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게 한 기회였다"며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5, 6학년 학생들이 참가했으면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 소장은 "떡과 부적을 만드는 것이 작고 일회적인 행사일 수 있으나 아이들에겐 그 느낌이 깊고 오래간다"며 "중·고등 학생들이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문화체험을 하면 평생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10월까지 10회가 계획된 북촌문화투어에는 북촌 주변지역의 유치원생, 중·고교생, 공무원, 외국인 어학연수생, 외국공관근무자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주최측은 쪽염색, 다도체험, 국악감상, 오죽이해하기, 전통인형 등 9개의 문화 체험 코스와, 문화재 및 박물관 20여 곳을 활용, 참가대상의 특성에 맞는 투어코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도시연대 이옥경 부장은 "2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북촌문화교실도 올해 2, 3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북촌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시민들이 많을 경우 기회를 더 늘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북촌문화투어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별도의 단체문화체험은 5,000∼10,000원의 체험재료비를 내야 한다. 문의 가회동주민자치센터 (02)731―1749, 도시연대 (02)332―6044
/글·사진=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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