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카 아키유키(野坂昭如)의 '전쟁동화집'이 다시 출간되었다. 초판은 1980년에 나왔다.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은 원자폭탄 투하 등 대공습을 받는다. 그때 노사카 아키유키는 15세 소년이었다. 그는 자신이 소년 시절에 겪은 쓰라린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는데 특히 1968년 나오키상(直木賞)수상작인 '반딧불이의 무덤'이 유명하다.'전쟁동화집'은 짧은 동화 12편을 엮은 책이다. 여기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가 아닌, '1945년, 8월15일'로 시작한다. '파란 앵무새와 마른 남자애 이야기'는 8세 남자아이와 파란 앵무새의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이다. 남자아이가 살던 동네에 공습이 시작되었을 때 엄마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방공호로 달려간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집에 앵무새가 남겨져 있는 것을 생각하고 "엄마 잠깐만 기다려" 하고는 집으로 뛰어간다. 그 순간 폭탄이 떨어져 사람과 집을 모두 날려버렸다. 남자아이는 새장을 들고 혼자 방공호로 들어가서 엄마를 기다린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폭격의 충격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앵무새는 남자아이에게 "괜찮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걸어 말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 말들은 남자아이가 앵무새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었다. 먹을 것이 없는 방공호 속에서 남자아이는 점점 쇠약해져 마침내 숨을 거둔다. 앵무새도 사흘 후 남자아이를 따라간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이미 전쟁이 끝나 있었다.
노사카 아키유키의 전쟁 체험을 다룬 작품은 가해자인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 있듯 이 책은 '약자가 거대한 힘에 농락당해 가혹한 날들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되는' 전쟁의 비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어린아이 또는 작은 새처럼 약한 동물들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도 같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이라는 괴물은 회오리바람처럼 아빠를 데려가고 엄마를 잡아먹고 집을 불태운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괴물이 결국은 힘없는 약자에게 가장 큰 발톱자국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가슴 아픈 서정을 담고 전해준다.
이 책이 동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떠맡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기어코 전쟁이라는 괴물을 세상에 내보내고야만 이 시대의 어리석음과 부끄러움밖에 없어야 할 것인가.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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