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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후송 미군 3명 戰場모습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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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후송 미군 3명 戰場모습 증언

입력
200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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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에 지나가는 3,4명의 이라크 민간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언제 그들이 품 속의 무기를 빼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총을 쥔 손과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중 멀리 도로 아래쪽에서 '펑' 소리가 들렸다. 목을 빼 아래쪽을 내려다 보는 순간 로켓 수류탄이 정면으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병사들에게 전쟁터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포의 시공간이다. 일선 병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경험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공포"라고 전한다. 이번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독일 란트슈툴 미군 병원에 후송된 미군 3명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처참한 전쟁터의 참상을 증언했다.

22일 오후 1시께 험비 차량을 타고 이라크 나시리야 남쪽 마을로 정찰을 나간 미 육군 30 보병연대 소속 제이미 빌러페인과 찰스 호건 하사는 난데없이 날아온 로켓 유탄이 폭발하면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졌지만 본능적으로 이들은 좌측에서 사격을 가하는 민간인 차림의 이라크인들을 향해 대응사격을 했다. 적의 사격을 피해 연막탄을 피우며 차량 뒤로 몸을 숨긴 이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을 알았다.

빌러페인 하사는 "군복 위에 민간복을 껴입고 공격하던 이라크인들은 전세가 불리해 지면 포로 대접을 받으려는 듯 민간복을 벗어 던졌다"며 "기만술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지만 한편으로 장비와 훈련이 부족한 그들로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나시리야 인근 지역 병원 수색을 나섰다가 부상당한 해병대 조슈아 메너드 상병은 "지휘관들은 작전에 앞서 하나같이 '저항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무섭게 덤벼드는 이라크인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고백했다.

'기상 악화로 작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식의 '고상한' 표현에서 일선 병사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모래 바람의 위력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

하지만 화성 표면과 같은 붉은 사막에서 울부짖듯 몰아치는 모래바람은 때때로 겁먹고 긴장한 병사들에게 헛것을 보이게 할 정도다. 한병사는 "사막 한가운데서 모래 바람을 헤치며 전진하던 중 갑자기 눈 앞에 이라크군 탱크가 나타났다. 미친듯이 방아쇠를 당기고 수류탄을 던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큼지막한 관목이 불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막에 주둔중인 병사들은 눈, 코, 귀를 마구 찌르고 들어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찜통 더위에도 화생방 방호복을 입은 채 모래섞인 음식을 묵묵히 씹어 삼킨다. 막사 밖에서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몸을 로프로 묶어야 한다.

특히 탱크병들은 모래 바람에 묶여 대기중인 기간에도 하루종일 전차 안에 쌓인 두꺼운 모래먼지를 칫솔과 면도용 브러시로 털어내야 했다. 항모 키티호크호에서 출격했던 F―18 호넷 전투기 2대는 임무 완수후 모래바람으로 항모 착륙이 불가능해지자 쿠웨이트의 기지로 기수를 돌리기도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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