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의 바그다드 결전을 앞두고 미군이 이라크 남부에서 특수화학의류와 방독면 등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생화학무기 사용은 이번 전쟁의 명분과 양상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미군은 24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인근 병원에서 방독면이 부착된 방호복 등 3,000여 점의 화학전 장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아즈 수바야르 해군기지에서도 생화학전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의류를 상당수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군은 지난 주말 바그다드 중부 나자프 인근에서 화학무기 생산 공장으로 보이는 시설을 발견했으나 이렇다 할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라크가 과거 생화학무기를 다수 보유했고, 이를 사용한 전력이 있어 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유엔 무기사찰단에 참여했던 테렌스 테일러씨는 "이라크군이 화학전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계획이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화학무기 사용 시 국제사회의 여론이 일시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어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서방 고위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해 "감청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공화국수비대가 연합군 진격 시 화학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정보는 없다"고 전했다.
91년 걸프전 이후 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에서 생화학 작용제로 채워진 1만6,000개의 투하탄, 11만개의 로켓탄과 포탄, 50개의 탄도 유도탄을 폐기했다. 이라크는 과거 보유했던 3.9톤의 VX신경가스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으나 유엔 사찰단은 이라크가 200톤 이상의 VX가스 생산시설을 가졌었고 이를 파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3,000톤 가량의 겨자가스를 보유했었고 대 이란 전쟁 때 사용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바그다드 외곽의 특정 방어선(레드 라인)을 설정, 이 선이 무너질 경우 화학무기를 사용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6일 "이라크 야전 사령관들에게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엄중하게 처벌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경고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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