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년이나 지났다니 실감이 안 나네요."MBC 라디오 '골든디스크'의 인기 DJ 김기덕(55)씨가 다음달 1일 방송 30년을 맞는다. 1973년 4월1일 '2시의 데이트'의 전신인 'FM 스튜디오'의 진행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74년 'FM 방송실', 75년 '2시의 데이트', 77년 '별이 빛나는 밤에'를 거쳐 97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골든디스크'에 이르기까지 꼬박 30년 동안 라디오 음악 프로 DJ를 해왔다. 특히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는 22년 동안 7,500회 이상 방송돼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 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96년에는 20년 이상 라디오 방송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방송인에게 수여하는 골든 마우스(Golden Mouth)상을 받기도 했다.
"한때 내 청춘을 허비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TV프로그램은 테이프라도 남지만 라디오 방송은 'On Air'(방송중)라는 말처럼 그냥 공중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하지만 이제 알겠어요. 없어진 게 아니라 내 방송은 청취자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는 걸 말입니다. "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버글스(Buggles)의 노래처럼 영상 시대를 맞이한 요즘 라디오는 점점 입지가 좁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도 사실은 72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TV 쇼프로그램 MC가 꿈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대타로 우연히 라디오 DJ를 시작하면서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 들어" 하게 된 일이지만 이제는 "영상시대에도 라디오는 라디오만의 매력이 있다"고 믿게 됐다. "현란한 볼거리로 눈길을 잡아 끄는 TV와 달리 라디오에는 상상의 여지가 있잖아요.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생활의 반려자' 같은 의미도 있고요."
'팝의 전도사'라는 별명답게 그는 팝 보급에 앞장서 왔다. "서태지 등장 이후 우리 가요도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은 옛날만큼 팝 팬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죠. 그래도 팝의 명맥이 끊기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81년부터 매월 2회씩 'POP PM2:00'라는 팝 전문 책자를 발간해 왔으며 '팝 음악의 세계'(1988), '끼에 살고 큐에 살고'(1991), 'DJ론'(1992) 등의 팝 전문 서적을 냈다. 방송 30주년 기념으로 조만간 '김기덕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Best 100'이라는 책도 낼 예정이다.
그는 95년 연예계 비리 사건에 휘말려 잠시 방송을 접어야 했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전화위복이라더니 결국은 제 길을 찾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2시의 데이트'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라 저는 진행자로서 너무 나이가 많았거든요. '골든디스크'가 제 나이에 훨씬 어울립니다. "
16일에는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애청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소라, 김건모, 윤도현밴드, 이종환, 배철수 등 선후배 DJ와 가수들과 함께 김기덕 방송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열린다. 미국의 록밴드 스모키도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죠. 앞으로도 평생 라디오 DJ로 살고 싶습니다.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는 계속 마이크 앞에 서는 게 꿈이지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