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3월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미국 핵발전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주도 해리스버그에서 남동쪽으로 약 16㎞ 떨어진 스리마일섬에는 가압(加壓) 경수로 두 기를 갖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그 가운데 제2호기의 급수 펌프가 이 날 새벽 4시께 고장나면서 재난이 시작됐다. 운전원 두 사람은 복잡한 원자로 시스템을 정상화하려고 애썼지만, 판단 착오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돼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었다. 이 사고는 4월9일 원자로가 안전하게 닫혀 위기가 끝났다는 핵규제위원회의 발표로 일단락됐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결정적으로 손상됐다.사고 직후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는 스리마일섬 반경 8㎞에 사는 모든 임신부와 미취학 어린이들을 피난시킬 것을 권고했고, 반경 16㎞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펜실베이니아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스리마일섬에서 되도록 멀리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피난 행렬을 이뤘고, 해리스버그 공항과 각급 학교들이 폐쇄됐다.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계속 나오며 주민들의 공황 상태가 이어지자 당국은 유출된 방사능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을 바꿨고, 핵발전소 소유주인 메트로폴리탄 에디슨사의 한 간부직원은 "우리는 이 사고로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고, 아무도 중대하게(seriously) 오염시키지 않았으며, 분명히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 뒤 몇 해 사이에 이 지역에서는 기형아 출산율과 암 발생율이 치솟아 200여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메트로폴리탄 에디슨사 직원은 '중대하게'라는 단어를 보통의 영어 화자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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