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상 세대라면 '경양식집을 찾아 돈가스를 주문하고 소스를 끼얹어 나이프와 포크로 고기를 썰어먹는 순간 하늘을 날 듯 했던'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생일이나 기념일에 가족, 친구와 함께 가끔 가질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고급메뉴였던 돈가스는 어느날 갑자기 추락했다. 주변 분식집 메뉴로 대중화하고 쉽게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싸구려 음식 중 하나로 대접받게 된 것. 하지만 돈가스가프리미엄급으로, 또 퓨전으로 재무장하면서 다시금 '고급 메뉴'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돼지 고기살과 함께 속을 듬뿍 넣어 돌돌 말은 롤가스, 김치와 녹차, 한방쑥 돈가스, 튀김 위에 듬뿍 얹은 모자렐라 치즈까지…. 변신도 화려하다.
미국식 돈가스에서 일본식 돈가스로.
돈가스가 크고 넙적하다면, 또 포크와 나이프가 나온다면 그건 미국식이다. 지금은 일본식이 주류를 이룬다. 살집이 두껍고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한다. 대신 고기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썰어져 있다.
고기도 부드럽다. 고기를 얇게 펴 둘둘 말아 두껍게 했기 때문이다. 튀김가루도 다르다. 종전에는 마른 빵가죽을 사용,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바삭바삭했다. 하지만 지금은 젖은 빵가루를 써서 입 천장에 닿으면 그대로 녹아버린다.
튀김가루를 두텁게 해 크고 양이 많아 보이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크기는 보통이어도 두께는 1.5∼2㎝가 된다.
소스도 다양해졌다.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까만 데미그라 소스보다는 천연 향신료를 선호한다.
돈가스 옆에 어김없이 따라붙던 시금치와 당근, 콩도 이젠 옛말. 대신 양배추와 기름기 없는 유자 드레싱이 들어섰다. 2년전 문을 연 일본식 돈가스 체인점 사보텐 돈가스의 황언석 팀장은 "돈가스를 업그레이드시킨 프리미엄 돈가스가 대세를 이루면서 돈가스가 고급음식으로 재등장했다"고 말한다.
치즈 김치와의 결합-퓨전 돈가스
살코기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치즈를 튀김 위에 얹거나 고기 속에 넣는 치즈돈가스는 일품이다. 이른바 퓨전 돈가스.
고기를 얇게 썰어 그 위에 김치나 치즈 등을 넣어 만든 것은 '롤가스'로 불린다. 내용물로 들어간 야채나 김치, 카레 등은 돈가스를 더욱 맛깔스럽게 보이도록 해 준다. 롤가스 전문점 '이끼'를 운영하는 안성준 사장은 "김밥에서 힌트를 얻어 롤가스를 개발했다"며 "고기만 먹을 때의 뻑뻑한 느낌을 없애 입맛을 산뜻하게 한다"고 자랑한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사보텐 (02)756―4100
이끼 (02)3142―6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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