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5번 타자에게 팀이 거는 기대는 해결사의 역할이다.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려 게임의 흐름을 뒤바꿔놓아야 한다.올 시즌 시카고 컵스의 주전 5번 타자로 낙점된 최희섭(24·사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메사의 호호캄파크에서 열린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이 같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6회초 선발 5번 에릭 캐로스와 교체돼 1루수로 출전한 최희섭은 6회말 첫 타석 볼 카운트 1―3에서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스타의 진가는 찬스에 빛이 나는 법이다.
4―6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최희섭은 상대 우완투수 존 스나이더의 몸쪽 높은 직구 초구를 통타, 백스크린 옆에 떨어지는 130m짜리 장쾌한 홈런을 뽑아냈다. 타격 임팩트 순간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는 게리 매튜스 타격코치의 조언대로 "70%의 힘으로 방망이를 끝까지 돌린" 결과였다. 최희섭의 홈런 한방은 역전의 신호탄이었다.
계속된 공격서 컵스는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3루를 만들고 하비에르 카르도나가 끝내기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날려 시범경기 마지막 홈경기를 7-6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최희섭 개인으로는 3경기 연속 침묵을 지켰던 안타 갈증을 한꺼번에 씻어내는 시원한 홈런포였다.
또 20일 애너하임전에 이어 다시 홈런을 추가하면서 홈런왕 새미 소사와 모이세스 알루와 함께 나란히 2개의 홈런을 기록, 중심타자로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날 2타수 1안타로 최희섭은 3할1푼3리(48타수 15안타)의 타율에 8타점 10득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에릭 캐로스는 이날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면서 타율이 2할5푼(28타수7안타)에 그쳤다.
한편 최희섭은 30일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리는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하는 광주일고 1년 선배인 김병현과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투타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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