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뒤에는 항상 이 사람이 있다. 그는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린다. '그림자 생활'을 한지 벌써 1년. 그러나 '인간 노무현'을 따라다닌 세월은 11년이 넘는다. 바로 서갑원(徐甲源·41)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사람 좋게 웃는 그를 보면 권력자의 최측근 이미지는 떠올리기 힘들다.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아온 우직함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어리숙하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대통령을 모시는 순간만은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의전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치 않기 때문이다. "언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충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내 인생 자체가 노무현"이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1992년 선배의 소개로 노무현 의원의 비서가 된 이후 잇단 낙선과 재기, 대선후보 선출과 당선 등 희비를 함께 했다. 96년에는 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과 종로에 '소꿉동무와 불알친구'란 카페를 열었다. "지역구 안에 근거지를 만들고 선거자금도 벌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외상 손님만 들끓어 2년만에 망했어요. 장사와 정치는 다르더라구요." 국민대를 나온 그는 사업을 정리한 뒤 모교 법학과 박사 과정에 다니면서 3년간 용인대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노 대통령을 보좌했다.
외교관 출신이 아닌 그가 의전비서관에 발탁되자 주변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의전실수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달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행사를 거뜬히 치러냈다. 주변의 비웃음이나 우려도 사라졌다. 그는 오히려 "대통령을 잘 알아야 의전도 자연스럽고 편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면담자간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고 권위적 요소도 사라지는 등 의전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원 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줄에 서는 바람에 직원들이 아연실색했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대통령의 일정관리가 바로 정치'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하느냐가 국정의 성패를 가름한다"며 "국정상황실 등과 3∼4단계 기획회의를 거쳐 중요 일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에게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너무 빡빡한 일정 때문에 대통령이 쉴 틈조차 없는 게 제일 안타깝다.
정치에 뜻이 있지만 내년 총선 출마는 접었다. "노 대통령의 성공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필요한 그날까지 대통령 옆을 지키겠다"는 그의 말엔 '노 사랑'이 가득하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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