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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맨'들의 의상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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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맨'들의 의상 집착증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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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빛나는 대머리에 갈비뼈가 열 두개, 그래도 잘났다고 빤쓰만입고. 으하하하하’ 물론 어린이들에 의해 한없이 망가진 노래 가사다.원래 가사는 이렇다. ‘황금 박~쥐 어디 어디 어디에서 오느냐/황금 박~쥐 빛나는 해골은 정의의 용사다/힘차게 날으는 실버 배튼/우주의 괴물을전멸시켜라/어디 어디 어디에서 오느냐 황금 박~쥐/박쥐만이 알고있다.’

70년대의 ‘황금 박쥐’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어 부르기) 버전은 우리들의 유년 시대를 휩쓴 온갖 영웅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바로 의상에 대한과도한 집착이다.

파란 스판 바지 위에 대담하게도 빨간 팬티를 착용, “과연 파란 스판 바지 밑에 또 다른 팬티를 입을까” “내복 위에 팬티를 입는 것이 체제전복적 사고를 반영하는 건 아닌가” “가슴에 써 붙인 S자는 ‘스판’의 약자인가”라는 숱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 슈퍼맨이 그렇다. 슈퍼맨 클라크의 직업이 기자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도 있다. (기자들은 대부분패션에 약하다!)

‘배트맨’은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검은 색 가죽으로 쫙 뽑은, 물론몸에 착 달라 붙는 우주복형 의상을 즐겨 입는데 박쥐가 그려진 가면과 한세트를 이룬다. 일정한 직업 없이도 화려한 스포츠카를 몰고 화려한 치장을 하고 다니는 백만장자가 직업인 브루스다운 선택이다.

‘스파이더 맨’의 주인공인 고교생 피터도 자신의 몸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흰색 티셔츠에 엉성하게 거미를 그려넣는 일이었다. 기이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스파이더 맨의 의상이 가내 수공업을 통해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수준의 봉제와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점인데, 이 의문은 속편에서도 끝내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데어데블’ 역시 옷에 강한 집착을 보여 비록 제목에 ‘~맨’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자신이 ‘~맨’ 계열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직업이 변호사인매트는 사물을 볼 수 없는 대신 느낄 수는 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의상은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고급스러운 자주색. 역시돈벌이가 든든한 직업인지라 가죽으로 한 벌 차려 입었고, 가죽 마스크로얼굴을 가린다. 마스크는 수많은 ‘~맨’의 얼굴을 가리는 수단.

그런데 데어데블은 이미 자신의 애인이 마스크를 벗겨 얼굴을 다 봐 버린뒤, 그리고 애인이 악당 손에 처참하게 죽은 상황에서도 의상을 다시 갖춘뒤 마지막 일전에 나선다.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 ‘~맨’들의 의상 집착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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