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 특별검사에 송두환 변호사가 임명됐으나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야당은 송 특검이 외환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사실을 거론하며 "숙고해서 거취를 결정하라"고 '사퇴' 압력을 넣고 있는 상태다. 특히 야당은 송 특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위 그룹' 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장 출신인 점이 마뜩찮다는 기색이다. 송 특검은 임명 소식이 알려진 26일 "보유중인 외환은행 스톡옵션 1만5,000주를 포기하겠다"며 외환은행 사외이사 경력에서 빚어진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외환은행을 통해 북한에 송금할 때 국정원이 김경림 외환은행장과 접촉한 부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송 특검은 그러나 "이사회에서 현대와 관련해 결정한 것은 현대건설의 추가 대출요청을 부결한 것, 현대건설 채권의 출자전환 결정을 추후 인가한 것 등 단 두건 뿐이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거나 아는 사람이 나오더라도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법조계에서는 아직도 수사범위 선정 문제 등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는 특검법 개정 협상을 보며 "처음부터 한계를 긋고 하는 수사라면 특검으로 누가 임명되든 진상규명은 어렵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다. 특히 여야 합의로 수사내용을 누설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만든 것도 수사의 투명성을 흐리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언론을 향해 특검팀은 수사발표 전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칫 '밀실수사'논란을 일으켜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의혹만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송 특검은 앞으로 20일 동안의 준비기간 중 특검보 2명과 파견검사, 특별수사관 등 수사진 인선과 사무실 입주 등을 마친 뒤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간은 현재 120일이지만 특검법 개정 결과에 따라 100일로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는 송금된 돈이 남북정상회담용이었다는 의혹 5억5,000만달러 추가 송금 의혹 현대전자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 1억5,000만달러 송금 의혹 등 세가지 사항을 축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직 국정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사 방식과 사법처리 여부 등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송 특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체와 진상 규명을 통해 대북관계의 적법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과 장기적인 통일과제에 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등 두 가지 요청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특검은 개혁적 성향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당시 법 재개정 촉구 성명을 주도하고 2000년부터 2년간 민변 회장을 맡았다. 충북 영동, 54세 사시 22회 경기고·서울법대 서울민사·형사지법 판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정부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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