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만 글·그림, 이지유 옮김 미래M&B 발행·9,000원·유아용
하늘을 나는 배, 구름처럼 떠다니는 고래, 땅거미가 지자 살며시 눈을 뜨고 살아나는 모래로 만든 물고기, 바다에서 일제히 솟구쳐 올라 밤 하늘을 빙글빙글 헤엄치는 물고기 떼, 그리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동자를 지닌 다섯 마리 호랑이….
미국 작가 에릭 로만이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 '열 개의 눈동자'는 신기한 섬에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작은 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열대의 낯선 섬에 도착한 소년은 모래사장에서 커다란 물고기를 만들고 놀다가 잠이 든다. 그런데 밤이 되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열 개의 눈동자. 소년은 호랑이들과 친구가 된다. 소년이 만든 모래 물고기는 살아 움직이고, 바다 속 물고기들도 하늘로 솟아올라 소년과 호랑이들을 반기며 밤이 깊도록 멋진 축제를 벌인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모두 사라지고, 소년은 섬을 떠난다.
그림이 매우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여러분은 소년이 기대어 잠든 모래 물고기가 감고 있던 눈을 뜨는 순간 깜짝 놀라고, 소년과 호랑이들 주위에서 밤 하늘을 맴돌며 모닥불 위로 소용돌이를 그리는 온갖 물고기들의 움직임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아주 짧은 글이지만, 꿈처럼 초현실적이면서도 더없이 생생한 그림에 홀린 듯 읽게 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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