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됐지만 책임총리제는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다. 고건 총리는 주한미군 재배치 3원칙 제시, 공정위에 대한 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 유보를 지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뜯어보면 내각통할권 행사가 아니라 고 총리의 '단독 플레이'에 가깝다.고 총리는 지난 한 달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1997년 총리를 지내실 때와 많이 다르다.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별도로 20여 개의 총리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각계 대표와의 접촉이나 현장 방문도 잦은 편이다.
고 총리는 특히 경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탁병오 비서실장은 "총리가 경제를 잡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장관이 정부 예산 조기 집행에 난색을 표하자 "금년은 특수한 해"라고 호통치듯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까지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개인적 카리스마의 발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6일 총리실의 비공개 문건인 '총리 국정수행 1개월'을 살펴 봤지만 딱히 책임총리의 활동으로 집어낼 만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총리실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라며 차관급 신설, 청와대 관련 수석이 없어진 사회 분야 인력 증원 등을 추진중이다.
결국 새 정부가 출범 후 과거의 '의전총리', '대독총리'시절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내각을 통할하기는 커녕 부처와의 이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총리실에 국책사업 논란 해결 위원회를 설치하라고 말하자 총리실 안에서는 '과부하'를 우려하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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