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폭트(비비아나 베글라우)라는 한 여성이 자유를 찾아 헤매는 험난한 여정을 통일 이전 독일의 정치 상황에서 보여주는 영화. '이지 라이더'의 마지막 장면이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았던 사람이라면, 집단 속의 개인의 자유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레전드 오브 리타'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을 듯하다.1970년대 서독. 리타는 애인 앤디와 함께 '자본주의를 쓸어 버리겠다'며 테러 활동을 벌인다. 은행털이 폭탄 테러 등을 감행하던 리타 일행은 앤디의 탈옥을 돕다가 변호사를 살해하고 만다. 그들은 동독 비밀요원의 도움으로 파리로 피신하지만 신경이 곤두선 리타는 과속 딱지를 떼려던 파리의 교통경찰을 권총으로 쏴 죽여 상황을 악화시킨다.
수사망이 좁혀 오자 리타는 테러리즘에 회의를 느끼고 앤디와도 서먹해진다. 동독측은 리타에게 이름과 신분을 바꾸고 살 것을 제안한다.
목숨을 걸고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는 시대에 거꾸로 리타는 '평등의 땅이자 희망의 땅'인 동독으로 건너간다. 리타는 나염공장의 여공 수잔나로, 여름학교 캠프 관리자 사비나로 이름과 옷차림 머리 모양을 바꿔가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녀가 저지른 과거의 행적은 좀처럼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생각을 말할 용기'를 허락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서독측은 동독 비밀경찰이 숨겨준 테러리스트의 신병 인도를 요구한다.
'레전드 오브 리타'는 1968년에 결성돼 1998년 해산하기까지 백화점 사제 폭탄 테러, 은행 강도, 경찰서 사법기관 연쇄 폭탄테러를 일삼은 독일의 테러조직 'RAF'의 실화에 바탕한 정치성 짙은 영화다. 무명 배우들의 연기에는 현실감이 묻어나며 대사엔 정치와 자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다. 반면 화면은 단조롭고 무거운 편이다.
'양철북'으로 황금 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2000년 작품으로 50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받았다. 비비아나 베글라우(리타)와 나쟈 울(타티아냐)이 최우수 여배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The Legends of Rita'. 4월2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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