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화면 가득 화염에 불타는 도시와 무장한 군인들의 전투하는 모습, 울부짖는 부녀자와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보며 마음이 무겁고 막연한 공포를 느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놀랍게도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다.각종 영상 매체와 컴퓨터 게임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지구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잔인하고 참혹한 현실은 더 이상의 '충격과 공포'가 아니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비극 앞에 무감각하거나 혹은 냉정하다. 또 이번 전쟁에서 시간이 지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당초 전쟁을 지지하던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이 전쟁을 반대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전쟁지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대 문명이 발달할수록 환경은 척박해지고, 거기서 살아 남기 위해 인간은 타인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되어간다. 인간의 공격성향 증가는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사회란 인간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데 공격성이 강한 사회는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현상이나 조폭신드롬이 그 예이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뇌에 관한 연구도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공격성은 뇌 안에 있는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라는 조직과 관계가 있는데, 이는 인간의 감정을 관장하며 뇌의 피질에 있는 전두엽에 의해 조절받는다. 고등동물일수록 전두엽에서 억제 기능을 잘 해줌으로써 공격성을 통제해 준다. 즉 인간이 감정 조절을 잘 하려면 전두엽을 강화시키면 되는데 그 방법이 바로 교육과 학습 그리고 양심에 의한 것이다.
이번 이라크전쟁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힘의 역학관계에 집단적 공격성향이 더해져 그 상승작용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다음 세대들에게 지식만을 퍼부어 반쪽인간이 되게 하기 보다는 인성교육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해주어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두가 희생자가 되는 이런 전쟁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우리가 후손에게 주는 가치있는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권 준 수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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