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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상하이의 가족중심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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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상하이의 가족중심 생활문화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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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명절 연휴가 되면 가족들이 보고 싶어 고국을 찾는다. 그 때마다 할머니는 "고생하지? 밥은 잘 먹고 있는 거냐?"고 물으신다. 아직도 할머니는 중국에서 고생하는 줄 아신다. 유학생, 주재원, 기업인들이 명절을 맞아 귀국하면 항상 듣는 얘기다.할머니의 걱정과는 다르게 상하이에 있는 나를 비롯한 교민(아직 중국은 이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들은 대부분 잘 지내고 있다. 오히려 고국의 가족, 친구들이 걱정이다.

직장인은 업무로, 주부는 집안 일로, 아이들은 과외로 너무 바쁘다. 직장인은 접대가 무척 많고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외출하면 막히는 도로에 짜증이 난다.

주부들은 또 어떤가. 집안 경조사, 시부모와의 관계, 자녀 걱정, 남편 걱정에 매일이 스트레스다. 자녀들은 학교 수업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각종 학원에 밤 늦게까지 다닌다. 저녁이면 모두 피로에 지쳐 서로 얘기를 나누며 여유롭게 생활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가족이 무엇인지 잊어가고 있다. 나 또한 한국에서 이런 생활을 했었고, 지금이라도 귀국해 직장생활을 한다면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 같은 생활을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 상하이 교민들은 다르다. 직장인, 주부 모두 바쁘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적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주말에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을 한다. 아이들도 진학이 한국만큼 어렵지 않아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본인이 원하는 취미생활을 즐긴다. 한 가족이 모이는 저녁시간이 되면 집이나 밖에서 외식을 하며 하루에 있었던 얘기를 나눈다. 한국에서 찾을 수 없었던 가족을 이곳에서 되찾은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이곳 상하이런(上海人)의 생활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런은 가족을 무척 중시한다. 가족 중심의 문화다.

상하이런은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지만 직장인의 출근 시간은 아이들의 등교 시간보다 늦고 퇴근 시간은 하교 시간보다 빠르다. 아이들을 학교까지 배웅하고 마중하기 위한 시간 안배다. 아빠가 아이를 마중하면 엄마는 시장에서 반찬을 사서 저녁을 준비한다.

엄마가 아이를 맞으면 아빠가 반찬을 사서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은 가족을 위한 시간이다. 그래서 상하이에서 직장을 다니는 교민들은 저녁에 비즈니스 접대가 많지 않다. 상하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한국 교민들도 중국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가족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상하이에 살던 한국인들은 대개 한국으로 귀임하는 것을 꺼린다. 다른 나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어떨지.

윤 소 영 중국 상하이 저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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