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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중문화 칼럼 전문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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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중문화 칼럼 전문가에 맡겨야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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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크게 전문가와 글쟁이의 2개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전문가란 단순히 어느 한 분야의 학술적인 권위를 지닌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종사자와 전문가는 다르다.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사학위 소지자보다는 이틀이 멀다 하고 PC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는 마니아가 컴퓨터에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듯이 말이다.대중문화 분야는 글쟁이보다는 전문가가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언론에 게재되는 대중문화 관련 칼럼은 대부분 종사자나 글쟁이가 쓰고 있다. 진짜 전문가는 나설 자리가 없는 셈이다.

작금의 영화 평론가, 만화 평론가, 게임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닌 글쟁이일 뿐이다. 글쟁이들은 전문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시작부터 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오거나 어쭙잖은 지식으로 설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평론이 나오고, 내용이 점차 연성화하고 커멘터리로 변해간다. 이런 이들이 질기게 붙어 있는 것은 소극적인 권위주의, 즉 지나친 간판주의가 낳은 폐해다.

간판주의는 기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신문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정치나 경제면이라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을 갖춘 기자들이 쌓은 노하우가 있어 기사에도 정확성이 부여된다. 하지만 하류문화로 인식되는 대중문화는 어떠한가? 전문성이 없는 기자에게 무작위로 영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아무렇게나 제비뽑기하듯 맡긴다. 신문에서 오류 없이 쓰인 대중문화 기사를 찾기란 사막에 떨어진 바늘을 건지는 것만큼 힘들다.

대중문화 기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문지 기자를 포섭하거나 잘 아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며 공부하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기자들은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검증되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글을 맡겨 버린다.

전문성 없는 기자가 뽑은 전문가이다 보니 능력보다는 간판이 먼저다. 사이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렇게 태어난다. 대중문화 기사를 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업신여기는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대중문화 평론을 진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전문가가 쓴 제대로 된 대중문화 칼럼을 보고 싶다.

김 상 하 월간하우피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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