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정치컨설팅 회사 직원이 청와대를 사칭해 공기업에 이메일 보고서를 요청한 사건을 조사, 이에 대한 수사를 해당기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는 공기업 인사를 담당하는 청와대 인사보좌관실의 행정관이 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 직원이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컨설팅 회사 직원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냈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비선을 통한 업무처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이날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이 밝힌 사건의 전모는 G컨설팅 이사 K씨가 청와대 직원을 사칭, 지난 17일 공기업 이사 2명에게 '공기업의 현황과 개혁과제'에 대한 이메일 보고서를 받은 것이다.
K씨는 자신이 이광재(李光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측근, 또는 국정상황실 직원이라고 행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문 수석은 밝혔다. G컨설팅은 인사보좌관실 행정관인 김모씨의 대학 1년 선배 C씨가 운영하는 업체다. 김씨는 3월 초 C씨로부터 '경제부문 활성화를 위한 인사방향'이라는 인사정책 제안서를 받고 "앞으로도 좋은 의견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 수석은 "이 실장은 K씨를 알지 못하고, 김씨도 이런 보고서를 요청한 적이 없으며 보고서가 청와대에 접수되지도 않았다"며 "K씨에 대해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G컨설팅이 청와대 관계자의 아무런 요청도 없이 청와대를 사칭하는 과감한 일을 벌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G컨설팅의 '자가발전'일 수는 있지만, 공기업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외부기관을 비선으로 이용, 인사 자료를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점이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청와대도 이 부분에 상당히 촉각을 세우며 수사결과를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문 수석은 "청와대 직원이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받는 차원 이상의 커넥션이 있다면 문제"라며 "수사 결과 김씨의 직무상 잘못이 드러날 경우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직원들의 이권개입금지, 청탁금지 등의 행동강령을 규정한 '청와대 직원 윤리규정'을 최근 마련, 곧 제정할 예정이다.
한편 문 수석은 이날 최근 자신과, 이호철 민정수석 비서관, 안봉모 국정기록 실장을 사칭한 비리가 잇따라 적발됐다고 밝혔다. 노조의 건강진단기관 선정에 압력을 가하거나, 농산물의 통관을 청탁하는가 하면, 금융기관에 부당한 인사를 청탁했다는 것이다. 이들 사칭 사건의 대부분이 부산지역에서 부산 출신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이름을 도용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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