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하여 조직의 효율성, 투명성,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는 정보통신 강국, 지식기반 사회 등을 강조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서 정보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2000년을 전후로는 인터넷과 벤처 붐의 상승 효과로 한 때 나라 전체가 정보화 혹은 IT같은 단어들로 떠들썩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요즘의 상황은 어떤가? 정보기술 강국이라는 자부심도 무너진 채, 사회전반에 걸쳐서 IT산업과 정보화에 대해서 식상한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며, 심지어는 IT 자체에 대해서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을 가릴 것 없이 IT분야에 종사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이들은 지난 10여년 간 여러 가지 정보화와 관련한 투자를 해왔는데 앞으로 더 이상의 정보화 관련 투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IT보다는 BT(생명공학기술)나 NT(나노공학기술)가 더 주목을 받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에 앞서 활동했던 인수위원회에도 IT전문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정보화의 피로도가 높은 것 같다.
시시각각 새로 쏟아져 나오는 IT기술을 쫓아가기도 어렵고, 그 동안 많은 정보화 관련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새로운 투자 요구로 인해 피곤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정보화란 한 번의 노력으로 정상에 도달하는, 그런 종류의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보화는 정보화 시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 마치 정상이 없는 산비탈을 계속 오르는 작업과 같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한 번 유행하다가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이고, 한 단계의 작업을 완성한 후에는 곧바로 다음 단계의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하는 작업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정보화의 피로는 과거 정보화 사업들의 거품이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한 순간에 과다하게 추진한 정보화의 거품 때문에 다음 단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한 순간에 경쟁에서 뒤지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화를 추진하는 이들은 과거에 진행된 정보화 사업의 결과물이 충분히 활용됐는지, 중복 투자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여,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정보화의 거품을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든 분야의 산업에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혹시라도 피로감으로 인해 정보화가 부실하게 진행될 경우 가까운 미래에 경쟁력을 잃게 되고 정보화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새삼스럽지만 새 정부가 정보화에 다시 한 번 앞장섰으면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도 제도적 개혁, 인적 개혁과 더불어 정보화를 통한 시스템적인 개혁이 동반 추진될 때 위력을 더욱 발휘할 것이다.
어서 빨리 정보화의 피로에서 벗어나 지난 10여년간 구축된 강력한 IT인프라를 적절히 이용하는 정보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또한 차분히 차세대 정보화를 준비하는 특별한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 형 주 서울대 학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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