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6일째를 맞은 24일 미국인들은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전사자와 부상자, 사고와 포로 소식이 초반의 승전보를 밀어내면서 미국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파죽지세의 지상전이 전개되면서 일었던 조기 승리에 대한 낙관은 장기전 가능성과 더 많은 전사자 발생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abc 방송이 23일 밤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이라크 전쟁에서 상당한 희생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개전 초기 37%보다 무려 17%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미 정부도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는 24일 의회에 향후 6개월 동안 소요될 747억 달러의 이라크전 및 대테러 예산 가운데 군사작전비로 530억 달러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군사작전비는 미군이 이라크에 5개월 동안 주둔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안한 것"이라며 "정부가 장기전과 치열한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살아나고 있다.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72%를 넘어섰다.
워싱턴 포스트의 23일 여론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8명 꼴로 향후 전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주의 마이크 시프씨는 이 신문에서 "지금은 우리 군대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지만 바그다드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며 "그곳이 바로 이라크군이 무너질 곳이다"고 말했다.
미 전역에서는 전쟁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수천 명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9·11을 기억하자'라고 쓴 피킷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 군대가 자랑스럽다"며 "세계는 미국에 반전 시위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들도 애국심을 자극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쟁 특집면 중 3개 면을 통해 전사자들의 영웅담과 포로 가족들의 분노를 전했으며, CNN, 폭스 뉴스 등도 승전 결의를 다지는 최전선 미군들의 인터뷰를 반복해 내보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