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라인이 잇단 돌출언행으로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이 '워치콘 격상' 발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도 언론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이 수석은 24일 송 대변인의 발언 파문에 대해 해명하면서 "처음 하는 사람이라 어설픈 점이 있는데 기자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또 "워치콘 발언 직후 라종일 보좌관이 바로 잡았는데도 파문이 커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오히려 언론보도의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변인의 명백한 실수는 덮어둔 채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이 수석은 나아가 "대변인이 모르고 한 얘기인데 (언론이) 조금 더 정확하게 질문하고 다른 사람에게라도 전화로 확인해서 물어본 뒤 기사를 써야 하지 않느냐"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이 수석의 이 같은 주장은 대변인을 브리핑 창구로 일원화하고 사무실 출입과 개별 접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언론정책과는 모순되는 내용이었다. 당장 "청와대가 자가당착을 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일일이 확인해야 할 정도로 믿지 말라는 것이냐", "비서진은 평소 전화도 받지 않는다" 등 출입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브리핑의 개선방안을 논의하자고 하면서 기자들과 싸움하러 왔느냐", "업무 방해하지 말고 나가달라"는 항의까지 터져 나왔다.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한 '기자 접촉 금지령'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수석은 "직무를 누설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과 후 또는 전화로 사실확인을 위한 접촉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자의적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이 수석은 또 "과거 정권에서 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은 해외순방이나 개각 때만 정식 브리핑을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말년에 수석회의도 거의 안 했다"며 새 정부의 공보 시스템이 과거 정권에 비해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수석이 인용한 DJ 정부의 사례가 사실과 다른데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만 들먹인다는 점에서 온당한 비교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홍보수석실의 불분명한 역할과 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서관만 11명으로 청와대의 최대부서이자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기본적인 공보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수석은 "국정홍보에 대한 컨셉 설정과 각종 회의 참석, 언론현안 파악 등 업무가 많아 대변인 발표를 사전조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팀웍이나 역할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