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10년간 수학한 일본인 만학도가 와세다대 전임 교수가 됐다.주인공은 1988년부터 98년까지 서울대 국문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호테이 도시히로(51· 사진)씨. 호테이씨는 내달 1일 와세다대 어학연구소 조선어전공 전임 교수로 강단에 서 이번 학기 '한국 근현대 문학'등을 강의할 예정이다.
메이지대 상학부를 나와 출판사에 근무하던 호테이씨는 80년 와다 하루키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장과 함께 'DJ 구명운동'에 참가하며 이웃나라 한국에 눈을 떴다. 그는 "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반대 운동에 동참하면서 한국 신문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며 "원래 관심사는 한국 근대사였지만 문학을 통해 한국인의 근본 정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88년 서울대에 입학해 김윤식 교수로부터 '외국인이 어떻게 국문학을 하겠느냐'는 질책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는 호테이씨는 96년 석사논문'일제 말기 한국작가의 일본어 소설'에서 일제시대 최고 작가인 이태준의 일본어소설을 최초로 공개했고, 일제시대 친일 기관지에 일본어 소설을 게재한 한국 작가들의 활동상황을 꼼꼼하게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북한 문학사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호테이씨는 일본 문부성이 지원하는 최초의 주요 한국 근대 장편 소설 일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99년부터 시간강사로 와세다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온 호테이씨는 "월드컵 이후 학내에서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600명에 육박하게 됐다"며 "재일교포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198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윤이상의 곡을 연주할 때입니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공연장까지 전투경찰이 축구장 경비를 서는 것처럼 빙 둘러 진을 치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 광경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더군요."
25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의 오보에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하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63)는 21년만의 방한 기자회견에서 윤이상의 곡으로 꾸민 82년 대한민국음악제 당시의 험악한 분위기를 상기했다. 그는 "많은 작곡가들이 탄압받은 역사가 있지만 동백림 사건 때의 윤이상처럼 심한 탄압은 없었다"며 "한국 정부는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홀리거는 "윤이상은 헝가리 고유의 음악을 펼쳤던 바르톡이나 코다이처럼 한국 민족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담았던 작곡가"라고 평했다.
/통영=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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