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꽃동산으로 봄내음을 맡으러 가자. 버들강아지 솜털을 터뜨리는 깊은 숲, 야생화와 봄꽃이 잎을 여는 꽃동산에는 이미 봄빛이 완연하다. 각 수목원과 식물원은 겨울의 더께를 털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국립수목원 (031)540-1114
흔히 광릉수목원으로 불린다. 가장 오래되고 넓은 보호림이다. 조선의 세조가 직접 이 곳에 능터(광릉)를 정하고 경작과 매장은 물론 풀 한 포기 뽑는 것조차 금지했다. 권력자의 독선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덕분에 숲은 훌륭하게 살아 남았다. 생물 다양성 및 산림생물자원의 보고다. 2,900여 종의 식물과 3,000여 종의 동물이 뛰놀고 있다. 크낙새,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만 20여 종에 이른다. 전문수목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원 등 돌아볼 것이 너무 많다. 그냥 숲길만 따라 걸어도 봄기운이 몸에 오른다. 5일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에 예약자 5,000명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토·일·공휴일에는 휴관한다. 주말 나들이 인파를 겨냥한 유흥업소가 숲 주변에 마구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충실하게 숲을 돌아보려면 수목원이 진행하는 학습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된다. 2시간 코스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1시간 코스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시간에 맞춰 주차장 입구 방문자센터를 찾으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안내책자로 스스로 학습을 해도 된다.
아침고요수목원 (031)584-6702
경기 가평군 축령산 기슭에 있는 꽃과 나무의 동산이다.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1994년 설립했다. 단순히 식물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다. 원예미학적인 관점에 입각해 계절별, 주제별로 다양한 꽃과 나무의 모습을 모여주는 곳이다. 영화 '편지'와 '중독'의 무대이기도 했다.
지금 온갖 색깔의 봄꽃들이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30일까지 초화류 전시장에서 난 전시회가, 야생화 전시장에서는 22일부터 야생화전이 열리고 있다. 수목원은 넓고 구경거리가 다양하다. 단편적으로 주제를 구분해도 20가지에 이른다. 특히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은 고향집정원, 아이리스정원, 에덴동산 등이다. 고향집정원은 입구에 들어서면서 볼 수 있는 정원. 초가집과 장독대 그리고 봄에 피는 야생화가 있는 화단이 있다. 목련, 꽃잔디, 진달래, 조팝나무, 현호색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리스정원은 300여 종의 아이리스가 식재된 정원. 특히 봄에 아름답다. 울긋불긋한 색깔의 변주가 볼만하다. 에덴동산은 말 그대로 낙원을 표현한 정원. 주목, 산수유, 단풍나무, 회양목 등이 형상화의 재료이다. 나무 사이로 꽃창포, 튤립, 무늬옥잠화 등의 꽃이 피어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한다. 입장료는 30일까지 어른 4,000원(휴일 5,000원), 고등학생 이하 3,000원이다. 4월1일부터는 요일에 관계없이 어른에 한해 5,000원으로 오른다.
한국자생식물원(033)332-7069
우리 고유의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솜다래(에델바이스)를 20년간 재배하던 사업가 김창열씨가 1989년 농장으로 조성했던 곳을 1999년 7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오대산을 넘는 진고갯길의 초입에 있다. 겨울 휴관기를 보내고 28일부터 분경작가 전길신씨의 '진달래 특별전'을 시작으로 올해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흔히 만나는 진달래는 물론 흰진달래, 참꽃, 좀참꽃, 꼬리진달래, 산철쭉 월귤, 만병초 등 진달래과꽃들을 모아놓았다. 진달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괭이눈, 미치광이풀, 처녀치마, 산괴불주머니, 돌단풍, 좀양지꽃. 이름조차 낯선 우리 봄꽃을 볼 수 있다. 종류만 100여 종이 넘는다. 꽃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일이 대조하며 아이들과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다. 이후에는 들판이나 산에서 만나는 우리꽃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른 3,000원, 중고생 2,000원 초등학생 1,5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인근의 월정사, 상원사도 들러봄직하다.
허브나라농원(033)335-2902
1995년에 문을 연 곳으로 국내 허브 농장의 원조 격이다. 허브는 '사람의 생활에 유용한 푸른 식물'의 총칭이다. 엔지니어 출신 이호순씨와 이두이씨 부부가 전원생활이 그리워 허브밭을 일구었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있다. 봉평을 가로지르는 흥정계곡의 상류이다. 귀에 익숙한 페퍼민트, 라벤다, 로즈마리 등에서부터 피버휴, 에크니시아 등 생소한 이름의 허브 1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이름과 학명, 원산지, 효능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자세히 돌아보려면 하루가 모자란다. 농장에는 유럽의 별장을 연상케하는 기념품관과 레스토랑, 숙박시설인 로지가 마련돼 있다. 특히 허브 향기가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의 음식이 매력적이다. 허브제육복음, 허브쌈, 허브닭찜 등을 즐기고 나면 후식으로 허브차를 맛볼 수 있다. 로지는 취사·목욕시설을 갖춘 콘도식 원룸으로 테라스에 바비큐 그릴이 설치돼 있다. 최소한 2∼3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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