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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뷰/"토요일 밤의 열기" 트라이아웃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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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뷰/"토요일 밤의 열기" 트라이아웃 공연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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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이자 월간 '객석' 대표인 윤석화씨가 연출·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트라이아웃(Try-out) 공연이 15일부터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렸다.트라이아웃이란 미국에서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두고 지방 순회 공연을 하면서 관객과 평론가의 반응을 체크해 공연을 다듬는 일종의 시연회. 장기 공연이 일반화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흔히 쓰이지만, 공연 기간이 짧고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주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국내에서는 첫 시도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는 그룹 비지스의 아름다운 음악과 현란한 디스코가 19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한다.

박건형과 최정원이 주인공 토니와 스테파니로 각각 출연한 18일 공연은 트라이아웃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주 공들인 흔적이 엿보였지만 불필요하게 욕심을 부려 극이 늘어지고 흐름이 끊어진 부분도 적지 않았다.

우선 가장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은 배우들의 군무이다. 세 번의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들은 난이도가 높은 디스코 군무를 일사불란하게 소화했다. 젊은 배우인 박건형의 비약적 발전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사랑은 비를 타고' 출연 때보다 월등히 향상된 노래와 연기, 아직 약간 경직된 느낌은 남았지만 충분히 현란한 디스코는 그가 단지 큰 키에 잘 생긴 얼굴의 배우라는 평에서 나아가 뮤지컬의 미래를 짊어질 연기자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스토리와 춤 모두를 잡으려 한 것은 아쉽다. 2시간 40분이 넘는 공연시간은 너무 길었다. 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스토리를 너무 많이 집어넣으려 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마다 2003 오디세이 클럽에서 춤을 추는 토니와 신부님이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갈등, 어머니의 뜻을 따르다가 새 삶을 찾는 토니의 형, 동네 패거리와의 싸움, 여자친구 아네트와의 관계, 여자친구의 임신에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친구 바비 등은 토니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보다는 매끄러운 흐름을 막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맨해튼과 브루클린이라는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브루클린 다리의 상징성이나 토니와 스테파니의 사랑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부각되지 못했다. 그밖에 지엽적 문제로는 바비의 죽음에 슬퍼하는 토니를 스크린 실사로 처리하는데 배경이 한강다리가 보이는 고수부지라거나, 공연장의 음향문제로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 들리는 것 등은 고쳐야 할 부분이다.

공연을 관람한 피아니스트 노영심씨는 "윤 대표가 어려운 여건에도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작 영화의 분위기를 뮤지컬에서 다 살리고 싶은 것은 연출의 욕심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노래와 춤에 집중한다면 훨씬 좋은 공연이 될 듯하다. 트라이아웃은 30일까지, 본 공연은 4월 5일부터. (02)501―7888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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