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가루와 황사가 날리면 유독 심해지는 질환들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과 알레르기 각막염이 흔히 그렇고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도 악화할 수 있다. 이 질환들은 증상은 다르지만 특정 항원에 대해 면역계가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알레르기 질환으로 불린다. 실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80%는 가족 중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가 있거나 자신이 이러한 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보통 '체질'이라고 말하는 면역계의 과민한 특성을 부모로부터 물려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지만 알레르기 질환으로서의 기본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 질병을 예방·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무엇에 민감한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알레르겐이라 하는데 대표적으로 집먼지 진드기의 배설물과 체액, 개 고양이 말 등의 침이나 털 또는 피부 조각, 나무와 잡초와 잔디 꽃가루와 곰팡이 등을 들 수 있다. 식품 중에는 계란 우유 땅콩 새우 꽃게 밀가루 메밀 등이 알려져 있다. 이밖에 증상을 유발하는 인자로서 황사를 포함한 미세한 먼지, 담배연기, 향수 등 자극적인 냄새, 운동과 급격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있고 심지어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문제도 포함된다. 특히 봄철엔 오리나무 참나무 등의 꽃가루, 기온의 변화, 황사가 알레르기 증상을 잘 일으킨다.
물론 사람마다 서로 다른 알레르겐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피부단자검사 또는 혈청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등에 30∼50종의 알레르겐을 묻힌 뒤 15분 뒤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관찰, 양성반응을 판단한다. 확진을 위해선 기관지천식유발검사 등도 시행한다.
알레르기 막으려면
알레르기 질환은 공통적으로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치료법이다. 즉 유발식품을 먹지 않거나, 집먼지 진드기가 없도록 침구를 삶고 진공청소와 걸레질을 하며, 애완동물을 집안에서 기르지 않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요인을 100% 막을 수 없고 환경오염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알레르기 질환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치료는 일단 나타난 증상을 치료하는 것과 증상의 재발과 진행을 막기 위한 장기 관리로 구분된다. 증상이 나타나면 기관지확장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스테로이드와 같은 소염제와 함께 사용한다. 알레르기는 만성 염증에 의한 질환이라 스테로이드와 같은 소염제가 필수적이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복 또는 주사는 가능한 억제하고 흡입하거나 바르는 정도로 치료하는 게 좋다. 또 다른 항알레르기 약제를 사용하여 소염제의 치료기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면역치료
이밖에 면역반응을 바꾸는 면역치료가 실시된다.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겐의 자극을 받았을 때 체내에서 면역글로불린-E가 비반세포와 결합,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인데 거꾸로 이런 물질을 대사시키는 면역글로불린-G를 자극하는 것이 면역치료다. 알레르겐이 호흡기 점막으로 유입될 경우 면역글로불린-E가 활성화하지만 피하에 주사하면 면역글로불린-G를 만들기 때문이다. 벌에 자주 쏘인 사람의 경우 봉독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데에서 착안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면역치료는 집먼지 진드기와 몇 가지 꽃가루 등으로 치료가 표준화한 대상이 매우 제한돼 있는데다가 3∼5년에 걸쳐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면역치료가 치료의 전부는 아니고, 환경요법과 약물치료를 같이해야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유아기 환경 중요
알레르기 질환의 80∼90%는 5세 이전에 시작된다. 미성숙한 호흡기, 소화기를 가진 영유아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 과민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질환이 되는 것이다. 즉 태아 때부터 생후 한달 이내에 노출된 물질, 너무 성급하게 먹인 이유식 식품 등이 알레르기도 진행될 수 있다. 때문에 가족 중 천식, 아토피 피부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특히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알레르겐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 이상일(소아과) 정승규(이비인후과) 최동철(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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