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간강사3월, 새학기다. 교양에 가까운 사진 수업을 하러 7층까지 올라가 강의실 문을 연다. 숨이 막힌다. 얼추 보아도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앉아 있다. 작년에는 분명히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강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갑자기 수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사진학이라는 이름의 수업은 겉으로는 이론 수업이지만 실기가 같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거의 무의미하다. 그런데 이 숫자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
대강 첫 수업을 마치고 학과 사무실에 물어 보니 분반도 불가능하고 수강 인원 제한은 50명까지라고 한다. 답답하다. 그리고 학생 수가 많아진 것은 학교 전체의 수강 인원, 분반이 통합 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아마도 그런 결정은 학교 이사회 차원을 넘는 곳, 이른바 그룹 차원에서 결정됐을 것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수강 인원이 적은데도 일부러 반을 나누어 강사를 쓰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웃음이 나온다. 명분이 뭐건 결과적으로는 그 알량한 시간강사료를 줄이기 위한 것이 돼 버렸다. 수업 실태가 어떻든 상관 없다는 뜻이다.
난감한 것은 그 수업만도 아니다. 명색이 국립인 어느 학교는 첫 수업을 하러 갔더니 복도에까지 학생들이 서 있다. 수강 인원에 비해 배정된 강의실이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여기도 학생수는 거의 50명. 우여 곡절 끝에 강의실을 조정했지만 한심한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잘 안다. 우리나라의 대학이, 특히 미술, 문화 계열 대학이 얼마나 열악한 수업 여건을 가졌으며 시간강사란 파리 목숨 같은 존재인가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술대학이란 쓸만한 학생들 골라서 4년 동안 바보 만들어서 내보내는 곳이라고도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도대체 이 따위 여건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학생들은 재수, 삼수를 해가며 대학에 들어오고,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일까. 하기야 내가 학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말로는 영상이니 IT니 떠들어도 가장 기본적인 여건, 인프라, 마인드 아무 것도 없다. 3월이고 새 학긴데 너무 우울하다.
/강홍구·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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