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사는 청년 건축사(29)가 전쟁 일기를 인터넷(dearraed.blogspot.com)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이름은 '살람 팍스'. '평화'를 뜻하는 아랍어와 라틴어의 조합으로 가명으로 추정된다. 이 일기는 우연히 그와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 뉴욕의 '다이앤'이 블로그(개인 뉴스 사이트) 형태로 인터넷에 올렸다. 다이앤은 "이번 전쟁을 지지한다"면서도 "그가 살아남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팍스는 방송에 나온 이라크 장관들을 보고는 "미쳤다. 세계에 욕을 퍼붓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일"이라고 꼬집으면서도 "왜 이런 일이 바그다드에서 일어나야 하는가"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21일 "이제 두 시간 뒤면 B―52 폭격기들이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이틀간 소식이 없어 사이트 방문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는 24일 다시 돌아와 그간의 소식을 전했다.
"22일(전쟁 3일째). 기름이 가득찬 참호들에 불이 붙었다. TV에서는 공습 때문이라고 한다. 폭발음은 3번이었지만 불길이 너무 많이 보인다. 사촌은 경찰이 불을 지르는 것을 봤다고 한다. 낮에도 많은 공습이 있었다. 이제는 제때 공습 사이렌도 울리지 않는다."
"23일(전쟁 4일째). 우리는 뉴스를 보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공습 첫날, B―52는 정확히 발진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어제는 6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티크리트가 당했다고 한다. TV에서 죽거나 생포된 미군 포로들의 모습을 봤다.
드디어 전쟁이 추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폭격 당한 시내를 둘러보러 나갔다. 두 가지. 1. 공격은 정확하다. 2. 그들이 공격하는 목표물들은 민간인 거주지와 너무 가깝다. 내가 사랑하는 건물이 폭격을 맞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야채 가게에서 사람들이 움 카스르와 바스라 얘기를 하고 있다. 움 카스르를 통제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면 그들이 바그다드에 들어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저 문을 닫고 앉아 폭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측이 보낸 선전용 이메일에는 그들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주파수가 들어 있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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