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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삼청각" 개혁 도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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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삼청각" 개혁 도마위에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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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경영을 개선하라.""수익의 잣대로 문화를 폄하하지 말라."서울의 새로운 전통문화공간으로 변신,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삼청각이 불과 15개월 만에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시는 2005년 1월부터 숙식음료와 문화사업 분야의 운영을 일원화하고 그 전까지 예산을 줄이도록 하는 경영진단 결과를 최근 삼청각에 통보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제작비가 많이 드는 창작 가무악극 대신 완성극을 초청 공연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삼청각 직원과 삼청각 운영 주체인 세종문화회관의 노조는 즉각 반발했고 일부 국악 전문가들도 "전통예술의 요람을 싹트기도 전에 흔든다"며 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청각 운영 깨진독에 물붓기

한때 대표적인 요정으로 유명했던 삼청각이 전통예술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1년 10월. 당초 건축업자에 넘겨져 대형 빌라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문화계와 시민단체가 보존을 요구하자 강남구 개포동의 알짜 시유지와 바꾸는 조건으로 2001년 인수, 6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개관한 것.

그러나 개관 이후 운영 실적은 시측 표현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삼청각 문화사업 분야의 올 1년 지출예상액은 33억원. 하지만 공연 및 강좌 등에 따른 예상수입은 8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5억원은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작년에는 시가 30억원을 부담했다.

시 관계자는 "삼청각 이용자의 대부분은 외국 관광객이나 고급문화를 향유하려는 여유층인데 그들만을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운영권 일원화 문화사업 포기인가

시는 삼청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문화사업과 현재 프라자호텔측이 맡고 있는 숙식음료 부문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청각의 취지는 밥도 먹고 공연도 보고 잠도 자는 패키지형 전통문화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것인데 운영주체가 나뉘다 보니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경영진단을 맡았던 시 재무분석과 정태옥 과장은 "전통혼례 상품을 개발하려고 해도 주체가 달라 식과 피로연이 연계되지 않는 등 마케팅에 어려움이 많고 시설관리 등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일원화할 경우 삼청각은 호텔 같은 민간업체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마인드와 거리가 먼 세종문화회관이 전혀 생소한 숙식음료 사업을 따내기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일원화 추진은 단적으로 연회장을 갖춘 호텔을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며 과거 요정의 모습과도 차별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창작 가무악극 존폐 논란

삼청각은 개관작인 '삼청별곡'이후 '애랑연가' '춘풍야화'를 거쳐 20일부터 4번째 창작 가무악극 '규방난장'을 공연하고 있다. 전통의 소리와 춤이 결합된 가무악극은 외국인에게 우리의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데 효과적인 삼청각의 대표 상품이다. 문제는 돈벌이. 편당 제작비가 3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200석 밖에 안 되는 객석이 매일 전석 매진일 경우에나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액수이다. 현재 회당 평균 관객 수는 30∼40명에 불과하다. 시는 따라서 창작극만을 고집말고 대중적인 인기가 인정된 '난타'나 '두드락' 등을 초청 공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삼청각측은 "가뜩이나 제작환경이 열악한 국악부문에는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제 시작한지 얼마 됐다고 그만 접으라는 말이냐"며 볼멘소리다. 많은 국악전문가들은 "관람객 수 보다는 창작 그 자체 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며 삼청각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일부 국악공연 기획가들은 "그동안 시의 지원금에만 기댄 채 마케팅과 홍보를 안일하게 해온 결과"라며 삼청각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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