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京都)대학의 토야마 타다시(富山義)교수는 주거환경이 노인들의 심리·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나라(奈良)시에 치매노인을 위한 그룹홈을 전통식과 서양식으로 나란히 짓고 그곳에 입주한 치매노인의 상태변화를 관찰했다.그룹홈은 10명 안팎의 노인을 일반주택과 마찬가지의 환경에서 돌보는 시설. 다다미방에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 등으로 꾸민 전통가옥에 입주한 치매노인들은 배회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문제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순하게 적응했다. 반면, 입주당시에는 똑 같은 증상의 치매환자였음에도 서양식 주택에 입주한 환자들은 불안·배회증세가 심해졌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전통가옥의 노인들은 친절하게 자리를 권하는 등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반면 바로 옆의 서양식가옥을 방문했을 때, 노인들은 "누가 내 옷을 훔쳐갔나"고 되뇌는 등 불안증세를 보였다. 치매는 진행성 질병이기 때문에 호전되기 어렵지만 주위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증세는 크게 다르다는 얘기다. 치매 치료법으로 회상법을 이용하는 것도 과거에로의 여행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인지기능이 나아지는 효과때문이다.
토야마 교수는 침대구조의 노인시설에 대한 연구로도 유명하다. 6인실 병실에서 노인환자들이 같은 방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횟수, 시선의 방향 등을 장기간 관찰한 것이다. 벽 쪽에 위치한 노인들은 하루종일 벽을 쳐다보며, 가운데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천정을 보며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침대가 노인들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옆 자리의 환자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노인들은 자기와 떨어져 있는 쪽의 환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관찰됐는데 이에 대해 그는 "옆 자리의 노인과 심리적 갈등을 겪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토야마 교수의 실증적이고 미시적인 관찰은 일본내 노인시설 건축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후생노동성은 기존의 시설 구조가 노인치매나 노인들의 프라이버시에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통가옥 구조의 독실을 건축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노인병원이나 노인장기보호시설의 건축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발표한 '노인보건복지 종합대책'에서는 중소병원을 노인요양기관으로 전환할 경우 융자를 해주는 등 노인시설 증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인시설의 기능이나 주거적 측면에서의 연구는 전무한 편이다.
/나라=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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