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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염원 춤추며 모두 울었어요"/귀국한 반전평화팀 최병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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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염원 춤추며 모두 울었어요"/귀국한 반전평화팀 최병수씨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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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소감이요? 전쟁을 막지 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어 착잡할 뿐입니다."24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설치미술가 최병수(44·사진)씨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가득했다.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여성운동가 오김숙이(34)씨 등 3명과 함께 입국한 그는 공항을 빠져 나올 때까지 소형 디지털카메라속에 담긴 이라크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6일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대형 걸개그림 몇 점을 들고 이라크에 도착한 최씨는 인간방패로 활동하는 유은하(29)씨와 함께 '야만의 둥지'라는 제목의 그림을 비롯한 폭 8.4m의 작품 3점을 바그다드 해방광장에 걸어 놓았다. '야만의 둥지'는 지구가 나뭇가지 대신 미사일로 만들어진 둥지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내용을 묘사한 그림. 최씨는 "그림 속 지구 위에 비극을 예감한 시 한수를 적어 놓은 유씨가 반전을 염원하는 춤을 추자 200여명의 이라크 주민들이 모두 함께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가 이라크 국경을 빠져 나온 것은 개전을 이틀 앞둔 18일 새벽.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바스라에 머물렀던 그는 "새로운 전쟁이 임박했지만 이라크인들은 아직도 걸프전의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었다"며 현지의 참상을 전했다. "걸프전을 겪은 부모들의 아이들은 기형과 피부병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안에도 참호가 있고 길거리엔 당시 부서진 탱크들이 즐비합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인간방패를 자임하고 있는 배상현, 한상진씨 등이 마지막 남긴 '살아서 만나자'는 한마디가 귓전을 떠돈다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방침은 고국에 돌아온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출발지인 카이로 공항에서 한 외국 승객이 제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욕설을 퍼붓더군요. 세계인들이 한국의 파병 움직임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천=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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