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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박 명 수 우리은행 농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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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박 명 수 우리은행 농구감독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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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운동이더라구요."2003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 꼬박 18년 지도자 생활만에 처음으로 팀을 정상에 올린 우리은행 박명수(41)감독은 "아직 농구가 뭔지도 모르는데…"라며 겸연쩍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16일 끝난 챔피언 결정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삭발까지 했던 박 감독. 유망주―잇따른 부상―조기은퇴―지도자로서의 고난―영광…. 박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장면을 지켜보며 십수년의 파노라마와 농구철학을 하나둘씩 풀어놓았다.

'악착 같이 잘했던 선수'

서울내기인 박 감독의 농구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공덕초 3년때였어요. 농구공을 잡은 서클 선생님의 모습이 단지 멋있어서 농구를 시작했지요. 농구공을 잡으면 신이 났고 시간가는 줄을 몰랐지요." 양정고에 입학하면서 '이것이 내가 살 길이다'라고 다짐한 박 감독은 농구에 매달렸다. 한밤중에 텅빈 코트로 달려가 남몰래 슛을 날렸고 림에 빨려드는 농구공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그 덕분이었을까. 양정고 3년땐 슈터로서 청소년대표로 선발되는 등 농구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그에게 불행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경희대 신입생으로 주가를 올리던 박 감독은 경기중 무릎 부상을 당했고 대학 4년 동안 수술을 4번이나 하는 시련을 겪었다. 졸업을 앞둔 84년 5월 힘든 결정을 했다. 은행팀 진출에 실패한 후 선수로서 날개를 접기로 한 것. "'악착같이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선수시절을 회상하던 박 감독은 당시의 은퇴순간이 떠오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은퇴, 그리고 지도자의 길

14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한 박 감독은 모교인 경희대에서 코치로 농구를 새로 시작했다. 3년간의 대학 코치를 거쳐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항상 팀이 중위권에 머물러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고 자부해요." 기술적인 면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16년간의 지난했던 코치생활은 박 감독을 성숙하게 했고 결국 올해 겨울리그에서 생애 첫 챔프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박 감독은 "눈물도 많이 흘렸고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그 당시의 경험이 감독으로서 위기에 닥쳤을 때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힘든 훈련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제일 힘들지요.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생애 첫 우승, 그리고 이후

박 감독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 9월 유수종(홍콩 페이롱 감독)감독이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것. 주변에선 '유 감독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지만 '박명수 감독'의 위력은 단시간내에 나타났다.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만에 열린 2001 겨울리그에서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를 다시 한번 흔들었다. 경쟁상대가 바로 10여년간 모시던 유수종 감독이었다. 첫 경기를 이긴 뒤 내리 세판을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여기서 주저앉지는 않았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미래를 위해 유망주들을 끌어모았다. 99년 당시 신인 최고연봉인 4,000만원을 받은 홍현희와 강영숙, 김은혜, 서영경, 이연화, 김지현, 특급 용병 타미카 캐칭 등.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을 다듬었다.

올 1월 겨울리그가 시작되자 '미래의 팀'은 현실의 최강팀으로 돌변했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3년만에 다시 맞붙은 삼성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첫판을 내주고 내리 세판을 따내며 85년 전국체전 우승 이후 18년만에 국내 여자농구 챔프에 등극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벤치에 있던 박 감독은 김영주, 김준 코치 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박 감독은 "아직은 미완성이다. 1년만 지나면 자신있다. 이번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팬들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프로필

출생: 1962년 서울

학력: 서울 공덕초-양정중·고-경희대·대학원

선수경력: 공덕초 3년때 농구 시작, 청소년대표, 경희대 선수

지도자경력: 경희대(85∼88년)·상업은행 코치(88∼2000년), 국가대표 코치(96∼98년), 우리은행 감독(2000년∼현재)

취미: 수영, 스키

가족: 김현강(41)씨와 1남1녀

주량: 소주 2∼3병

종교: 불교

■ 우리 감독님은요…

박명수 감독에 대한 우리은행 선수들의 솔직 담백한 목소리를 담았다. 운동할 때는 호랑이 같으면서도 자유시간엔 부드러운 박 감독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종애(28·센터)=평소 자상하고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운동시간 만큼은 호랑이 감독으로 변해요. 워낙 젊으시고 농구에 대한 열정이 많으셔서 그렇지만 우리들은 조금 무서울때도 있어요. 이젠 우승도 했으니 조금 부드러워지셨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이에요.

김은혜(21·포워드)=카리스마가 넘치고 꽃미남인 감독님은 사적으로는 자상하시고 유머가 넘치지요.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들보다 많아서 좋은 면도 많지만 때로는 선수들에게 조금은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그래도 오늘날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꼼꼼한 성격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김나연(24·가드)=처음에는 선생님의 냉철함과 거침없는 말투에 적응도 안되고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것들이 농구에 대한 열정과 욕망, 승부욕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희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구요. 사생활에선 정말 여자 같은 면이 많아요. 작은 것 하나 하나 신경쓰시고, 좋게 말하면 섬세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시어머니 같다고 할까요. 잘 삐치시기도 하죠.

김지현(18·가드)=시즌 때 경기 한번 지면 주무시지 않고 밤새 비디오를 보시면서 분석하시는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셨어요. 여자 농구계에서는 노장이셔서 배울 것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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