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올해 배당 규모가 6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하느냐를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고, 주가를 감안한 시가배당률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증권거래소는 24일 12월 결산법인의 2002사업연도 배당현황을 조사한 결과, 배당금 총액이 5조8,846억원으로 전년(3조8,477억원)보다 52%나 증가했다.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350개사로 12월 결산기업 중 67.9%에 달해 1년전 65.38% 보다 늘어났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챙겨간 배당금도 2조1,038억원으로 2001년도 1조2,051억원보다 74.57% 늘며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19.1%로 2001년도 21.6%보다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기업들이 100원 어치를 순익으로 벌어들여 19원밖에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셈이다.
배당금 총액이 사상 최고라고 하지만 2000년도 당기순이익이 30조7,819억원으로 전년(17조,8259억원)보다 72.68%(12조원 이상)나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배당 증가폭은 미미한 셈이다. 배당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률도 1년 전보다 0.36%포인트 증가한 4.75%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배당률은 동부건설이 20.70%로 가장 높았고 한신공영 15.10%, 휴스틸 14.17%, STX 13.90%, 신대양제지 12.49% 등의 순이었으나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최대 이익을 내면서 배당금 규모를 늘리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새로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배당에 인색해 실적호전이 주주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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