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자중지란에 따른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비전투 상황에서 미영 연합군의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 자기편 항공기를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로 격추시키는가 하면 상사와 동료가 있던 텐트에 수류탄을 던져 13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이해가 되지 않는 사고가 잇따르자 연합군 지휘부는 물론 미국과 영국 국민들도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22일 밤부터 23일 새벽 사이(현지시각) 이라크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걸프의 한 기지로 귀환하던 영국 토네이도 전투기 1대가 쿠웨이트 국경지역에서 발사한 미군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에 맞아 추락, 조종사 2명과 기체가 실종됐다.
미군 사령부 관계자는 "영국 공군기가 패트리어트에 요격된 것이 확실하다"며 "현재 미군과 영국군이 사고 발생지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는 한편 공동사고조사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소식을 접한 영국 공군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비극"이라며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 사고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미군측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23일 새벽 1시30분께는 쿠웨이트 북부 미군 캠프에 주둔 중인 101공중강습사단 지휘부 텐트에서 같은 사단 기술 하사관이 던진 4발의 수류탄이 터져 1명이 죽고 12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경상이어서 응급조치만 받고 업무에 복귀했으나 연합군 야전병원으로 후송된 나머지는 중상이며 이중 절반은 생명이 위독하다.
용의자는 언론과 미군 범죄조사국에 대해 "내가 저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했으나 구체적인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CNN 방송은 국방부 맥스 블러멘벨트 연락장교를 인용해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사단은 경기갑 차량 등을 통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주력군의 진격로를 뚫는 미군 최정예 부대. 1942년 창립돼 2차 대전 때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선봉에 섰고, 걸프전에서는 인질 구출 임무를 맡았다.
이번에도 바그다드 진압작전에서 선봉의 임무가 내려져 이날 새벽 출동할 예정이었다. 수류탄 투척 사건으로 출동은 수 시간 뒤로 연기됐다.
미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정예군의 병사가, 그것도 전쟁 전체를 판가름할 만큼 중요한 임무를 맡은 상황에서 벌인 이 사고에 대해 미군 장교들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이날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처음에는 후방지역에 대한 이라크군의 공격 또는 민간인의 테러로 생각해 앞으로 미군이 이와 비슷한 대규모 피해를 볼 것으로 보고 중요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오후 들면서 동료에 대한 한풀이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언론들은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발생한 군기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 타임즈 특파원은 "용의자의 성이 아랍풍이었다"며 테러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두 사고 이외에도 22일 영국 해군 소속 헬기 2대가 걸프지역 공해상에서 서로 충돌, 영국군 6명과 미군 1명 등 탑승자 전원 사망했고 21일에는 이라크 남부 파오반도에서 미군의 CH-46헬기가 추락해 영국해병대 소속 8명과 미군 4명이 숨졌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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