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로 예정됐던 경제협력실무협의회 2차 회의와 3차 해운협력실무접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해졌다.북한의 조치는 무엇보다도 이라크전에 따른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전이 미국의 일방적인 우세로 조기 종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다음 타깃이 북핵이 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내부 결속력 강화가 지상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남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데프콘 2라는 초경계태세에 나섰다'는 억지주장으로 회담을 연기한 것도 내부 체제단속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무리한 회담 연기로 남측이 반발하더라도, 북한은 이에 개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한 남측과의 대화채널을 당분간 닫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특검제에 대해 한나라당의 밀사 파견설까지 제기하는 등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여온 북한이 NSC 소집과 청와대 브리핑 오보를 생트집으로 잡아 남북관계 동결에 들어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이산가족 상봉장 건설, 개성공단 착공식 문제 등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북측이 불만을 간접 표출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협 실무회의를 연기하면서도 내달에 열릴 10차 장관급회담과 5차 경제협력추진위 등 큰 틀의 대화채널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개입한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며 "그러나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북한이 대남관계 경색을 장기화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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