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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복구사업 "제2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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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복구사업 "제2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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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을 선점하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의 강도를 높이면서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세계적인 건설업체들이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를 위한 물밑경쟁에 뛰어드는 등 '제2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도 중동지역에 대한 오랜 연고를 무기로 정보수집 및 현지 인맥관리에 착수했다.이라크 특수 최소 천억 달러 추정

전문가들은 전후 10년간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 경제를 복원하려면 1,000억∼3,0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후 10년간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의 복구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구비 산정의 최대 변수는 이라크의 유전피해 정도. 1991년 걸프전 후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폭격으로 파괴된 유전을 복구하는 데만 40억 달러를 썼다. 하지만 이라크의 유전 규모가 쿠웨이트보다 훨씬 큰데다, 미국의 폭격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어서 유전 복구에만 수백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KOTRA는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날 경우 1∼2년 안에 연간 3억 달러(지난해 8,600만 달러)의 수출과 10억 달러의 건설 및 플랜트 수주가, 장기전의 경우 앞으로 3∼5년간 연간 5억∼6억 달러의 수출과 연간 10억 달러 규모의 건설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 인맥구축 등 분주

이에 따라 '제2의 중동특수'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은 송배전, 항만 등 건설과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프로젝트 기획,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챙기겠지만, 실제 현장공사는 제3국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이미 육군본부, 건설교통부 등과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 공병부대와 함께 이라크로 들어가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토목·건설 장비를 활용하면 손쉽게 전후복구 작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선 공병부대의 복구사업을 지원한 뒤 이 부대가 철수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예산도 줄이고 국내 토목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전후 복구사업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에 현지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에 진출해 있는 대림산업, SK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도 자사의 강점인 플랜트 건설기술과 현지 인맥 등을 앞세워 복구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후 복구사업이 미국 주도로 이뤄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돈독하게 관계를 맺어둔 미국의 사업 파트너들과 협조해 기회를 잡겠다"고 말했다. 동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되면 해외 토목사업에 강점이 있는 LG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업들 치열한 수주전 돌입

플루어, 벡텔 그룹 등 미국의 대형 건설업체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마셜 플랜'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공항, 발전소 등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 국제개발처가 주관하는 도로와 학교 건설, 전력공급 등 9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 사업을 둘러싸고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핼리버튼을 비롯, 파슨스, 벡텔 등 미국 5개 건설사가 후보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딕 체니 부통령이 2000년까지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핼리버튼은 유전 화재에 대비한 '진화업체'로도 이미 선정됐다.

정부 금융·세제 지원책 마련

정부도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건설 및 수출업계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에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월드컵 축구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전후 자동차, 가전 등 내구 소비재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 이라크 현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여는 한편 바이어 초청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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