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부터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경제협력 실무협의회 2차 회의와 3차 해운협력 실무접촉을 연기키로 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예정된 접촉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럴 때일수록 대화 테이블에 나와 개방된 자세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게 옳다.북한이 접촉연기의 구실로 청와대 대변인이 잘못 발표했음을 시인한 경계태세 강화조치를 들었음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북한은 한술 더 떠 워치콘(정보감시태세)이 아닌 데프콘(방어준비태세)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은 국방부와 통일부를 통해 청와대 발표가 대변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이미 해명했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남북간 신뢰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북한이 과잉반응을 보여 온 남북송금 특검법이 공포된 이후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해 왔다. 예정된 접촉에 응해올지가 큰 관심사였다. 북한은 특검제가 도입될 경우 남북관계가 동결상태에 들어갈 것이라 경고했고, 한나라당이 대선정국에서 밀사를 보내 대북지원을 약속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북한은 접촉을 연기함으로써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4월로 날짜가 잡혀 있는 10차 장관급 회담과 5차 경제협력추진위는 예정대로 열려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다음 차례는 북한 핵이라는 얘기가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핵 문제가 벼랑 끝 전술 등의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 북한은 이라크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교훈 중 하나는 지도부의 국제정세 판단과 신축적 대응이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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