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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교수의 진료실 풍경]<4> 젊은이들 탈모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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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교수의 진료실 풍경]<4> 젊은이들 탈모 고민

입력
2003.03.24 00:00
0 0

"무슨 일로 오셨지요?""머리가 벗겨지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장가를 가야 하는데 나이가 많아 보이니, 아저씨 같다고 젊은 여자들이 상대도 안 해줘요. 회사에서도 회식을 가면 제 대머리를 가지고 화제를 삼고..... 제가 지금 서른 하나 노총각인데 마흔도 넘어 보인다고 할 때 절망감을 느낍니다. 오죽하면 가발을 쓰려고도 생각했는데 사람이 너무 달라보여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젊은 남성에 있어서 대머리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남자가 나이 들어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탈모증이다. 특히 결혼도 하지 않은 노총각이 탈모증이 진행되면 그야말로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인상이 좋아야 취직도 잘 되고, 사업도 잘되니 외모는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정치가도 외모에 따라 표가 움직이지 않는가?

흔히들 대머리는 소갈머리가 빠지는 형이 있고, 주변머리가 빠지는 형이 있다고들 하는데 대체로 이마가 넓어지면서 헤어라인이 깊이 들어가면서 대머리가 진행하는 형이 있고, 정수리 부근이 헐거워지면서 점차 빠지는 형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수리 부분이 빠지는 형이 더 많다. 조사에 의하면 25∼40세 사이의 남성 중 약 3분의1 정도가 탈모증을 보인다.

대머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공해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외로 스트레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머리의 가장 강력한 요인은 유전적인 경향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부모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잘 추적해보면 대머리의 소질이 있는 조상이 있게 마련이다. 대머리의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들은 남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해서 탈모가 진행된다.

그동안 신문 광고에 보면 대머리를 치료한다는 온갖 약제가 광고되고 있고, 이발소마다 머리에 영양분을 준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약제를 발라주기도 하지만 효과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수백만 원씩을 요구하는 광고는 사기에 가까운 광고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대머리를 치료하는 약 피나스테라이드가 개발된 것이다. 이 약제는 처음에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팔리던 중에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대머리 치료제로 개발했는데 83%에서 새로 머리카락이 나거나,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탈모가 시작되는 초기에 복용할수록 효과가 좋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복용하여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효과가 일단 있다 하더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1년 내에 다시 빠지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단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노총각은 약을 쓴지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

"처음에는 솜털 같은 것이 새로 자라나더니 점차 머리 숱이 늘어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젊어졌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까 무슨 기적같이 생각되더라고요. 인상이 바뀌면서 인생이 바뀌었지요. 사람들 만나도 자신감도 생기고."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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