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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주민자치센터는 무료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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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주민자치센터는 무료 "문화센터"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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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the big whale?"(그 큰 고래가 어디 있니·피노키오) "We are afraid of the big whale!"(우리는 그 큰 고래가 무서워!·물고기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사무소 지하1층 강당. 영어 선생님이 몸짓을 곁들여 큰 소리로 불러주는 피노키오 영어 대사를, 머리에 소품을 쓴 7∼9세의 어린아이 20여명이 몸동작을 흉내내며 반복해서 큰 소리로 따라 하고 있다. 그 흔한 어린이 영어교실도, 어린이 연극단체도 아니다.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신나는 뮤지컬 English'의 강습시간.밖에서 아들 유현(7)이를 기다리고 있던 김은아(35)씨는 "어린이집에서도 영어를 배워 이곳을 몇 번 그만두려 했는데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 해 벌써 1년이 넘도록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서류나 떼러 가끔 들르던 동사무소가 '주민속으로'를 선언한 지 3년 여. 2000년부터 읍·면·동의 기능전환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동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 산하 521개 동 중 510개 동에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주민을 위한 5,321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교실이나 영어교실, 꽃꽂이, 서예, 건강댄스 등은 기본. 1주일에 1, 2회 정도로 운영되는 영어 일어 등 어학교실은 '실속강습'으로 알려져 주부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이용한다. 한방무료진료(금호1가동) 무료장난감대여(능동) 도자기공예(정릉2동) 세계문명영화탐방(충정로동) 수지침무료강의(돈암2동)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자치센터도 많이 눈에 띈다.

동대문구 장안3동은 의사, 전기기술자, 사진기사 등 전문기술을 가진 주민들로 '사랑의 상담실'을 구성, 무료진료와 건강강의, 영정사진촬영 등으로 주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경륜운영본부 장안사업소의 일부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 한국무용, 스포츠댄스, 요가 등은 50∼100명의 정원이 매번 메워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초구 반포2동 동사무소 2층에 6,500여권의 장서와 컴퓨터 3대를 갖춘 책사랑방은 아이와 어른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두개 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는 단전호흡반은 10여명이 수강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이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지만 아무리 비싸도 수강료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반포2동의 이모(53)씨는 "딱딱한 관공서는 이제 옛말"이라며 "자치센터에서 동네 사람들과 가까워지다 보니 살고 있는 동네 일에 관심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치센터의 공간이 협소해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포2동 사무소의 봉기현 주임은 "동사무소 3층에 있는 30여 평의 강의실에서 단전호흡, 댄스교실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담인력의 부족도 문제. 동사무소 업무를 자치구로 이관한다며 인력을 줄이다 보니 많은 곳은 직원이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실제 업무는 별로 줄지 않아 자치센터 일도 직원 1,2명이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없어 주민참여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손쉬운 아이들 중심의 학습프로그램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장안3동 김형기 주임은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생활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만큼 조금만 더 지원을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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