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미군의 공습에는 첨단·재래식 폭격기들이 총동원됐다. B―2, B―1, B―52 폭격기와 F―117A 스텔스 전폭기 등이 개전 이후 처음 총출동, 파상적인 융단 폭격을 감행한 것이다.이날 공습의 선봉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행기(최고 21억달러) B―2 스텔스 폭격기가 맡았다.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 맹위를 떨친 B―2기는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제도에서 이륙, 바그다드 공습에 참가했다. '스피릿'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보이지 않는 폭격기' B―2는 현대 무기과학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폭격기이다. 부메랑 형태의 기체는 전파를 흡수하는 재료로 도장 처리됐다. B―2는 고도 5만 피트(1만5,000m)에서 초음속을 유지하면서 토마호크 등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격 능력을 갖춰 재래식 항공기 35대에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B―2가 이날 투하한 폭탄은 정밀 유도 폭탄인 JSOW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B―2 등장 이전 첨단 폭격기로 군림했던 B―1 폭격기도 이날 오만의 툼라이트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전폭기중 가장 빠른 B―1은 60m의 저고도 비행이 가능해 적의 레이더를 쉽게 피한다. B―1은 이날 정밀 유도 폭탄인 MK82 등을 이라크에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폭격기 기종은 등장한 지 반세기가 지난 재래식 B―52 폭격기. 한번에 31.5톤의 폭탄 투하가 가능한 B―52는 영국의 페어포드 공군기지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서 이륙, 이라크를 타격했다. 베트남 전 당시 폭격을 전담한 B―52의 출격이 주목되는 점은 융단 폭격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기 때문이다.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투하된 폭탄의 40%이상이 B―52에서 투하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B―52의 이날 첫 등장은 대규모의 공습의 개시를 의미한다. 1952년 개발돼 구 소련의 전폭기 백 파이어기와 경쟁하면서 전 세계 전장을 누벼온 B―52는 보잉사에 제작된 6인승 장거리 폭격기이다.
'나이트호크' F―117A 스텔스 전폭기도 이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이륙, 이라크 방공망을 농락한 뒤 바그다드에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98년 파나마 침공 당시 처음 실전에 참가한 F―117A는 걸프전 당시 44기가 출동, 1대의 손실도 입지 않은 화려한 전공을 자랑한다. 적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최대한 살린 1인승 공격기 F―117A는 적의 통신사령부 시설 등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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