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국가정보원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금까지 후보에 오른 인사만 20명에 달하지만 청와대는 아직도 뚜렷한 윤곽을 제시하지 못하고 숙고만 거듭하고 있다. 야당 등에서는 "북핵 문제와 대미관계, 이라크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원장 교체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후임 인선을 자꾸 미루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인선이 지연되는 첫번째 이유는 국회 인사청문회로 인해 검증 강도가 한층 높아져 유력 후보가 잇따라 중도 탈락하거나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장 인선보다는 국정원 개혁 방안을 확정하는 게 더 급하다는, 핵심부 내부의 '선 개혁안 확정―후 인선' 기류도 인사 지연의 한 요인. 또 인선 기준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은 실무형, 청와대 정무·인사 라인과 386참모는 개혁 신진인사를 각각 우선해 여전히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반영, 노 대통령은 21일 3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국정원장 인선이 쉽지 않아 좀 더 늦어질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인선 지연에 따른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자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상황이 조금 호전돼 늦어도 이 달 안에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렇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원장 후보로는 현재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와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등을 포함, 학계와 법조계 인사 5, 6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인사에 주목하라"고 말해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 동안 유력하게 거명됐던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 이해찬(李海瓚) 민주당 의원, 최병모(崔炳模) 민변 회장, 이종왕(李鍾旺) 변호사 등은 일단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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