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개시 전부터 강력히 점쳐져 온 이라크군의 대규모 항복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전략적 요충 바스라를 방어하던 이라크군 51사단의 집단 투항을 신호탄으로 곳곳에서 대량 항복이 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징집 사병들이 항복을 위해 장교를 사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라크군의 통솔체계가 완전히 붕괴됐다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외신들은 22일 "병력 8,000여명, 탱크 200여대로 편성된 이라크군 51사단 가운데 수천명이 미군과의 협상 끝에 바스라 전선을 포기하고 투항했다"며 "전쟁 발발 후 가장 큰 규모의 항복"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도 이날 "정확한 병력은 알 수 없지만 상당 규모의 투항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바스라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남부 지역 시아파 회교도의 제압을 목적으로 하는 51사단의 부분적인 투항으로 미군은 큰 어려움 없이 바그다드로의 중요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AFP통신 종군 기자에 따르면 51사단 병사 이외에 별도의 이라크군 수 천 명도 항복 대열에 합류했다.
바스라에서 바그다드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부대 깃발 대신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들고 행진하는 이라크군으로 가득 차 있다. 미처 항복 깃발을 마련하지 못한 병사들은 손을 흔들어 항복의사를 밝히고 있고 민간인 의복으로 갈아 입은 뒤 투항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이라크 병사는 전선을 달리는 취재 차량에 항복의사를 밝혀와 종군 기자들이 미군에 인도하기도 했다.
21일자 영국 더 타임스는 "새로 징집된 이라크군 병사가 남부의 전략 요충 포 반도의 석유터미널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연합군과의 전투를 피하기 위해 자기 부대의 장교를 사살한 증거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투를 벌인 영국 해병대가 이라크군 벙커에서 이라크군 AK47 소총에 맞은 장교들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부대 차원이 아닌 전국 단위의 투항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21일 밤 시작된 본격 공습으로 단지 몇 시간 만에 바그다드 등 이라크의 주요도시가 초토화한 데다 지상군도 불과 이틀 만에 이라크 영토 내 깊숙한 곳까지 진격, 이라크군 지도자들이 패전 후 포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미 CNN 인터넷판은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쿠르드족 지도자와 전 이라크군 사령관 등 이라크의 해외반체제 인사들이 최근 24∼36시간 동안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고위인사들을 직접 만나 협상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그들은 이라크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해 부대 단위가 아닌 전국 규모의 강화를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관리들의 중재로 양측의 의견이 크게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라크군측을 상대로 공개 및 비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항복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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