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융단 폭격이 본격화하면서 이라크가 예상보다 빨리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이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 선택은 바로 화학무기다.
이라크는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여러 차례 유엔의 무기사찰을 거치면서 화학·생물학무기는 이제 없다고 한결같이 주장해 왔다. 유엔 무기사찰단도 최근 3개 월간의 사찰 과정에서 화학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모두 폐기됐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상태이다.
반면 미국 국방부는 개전 며칠 전부터 후세인이 야전 사령관들에게 각자 판단에 따라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 자체가 바로 이 '실재하는' 대량살상무기를 완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공언대로 화학무기가 진짜 없을 수도 있지만 극소량이라도 은닉해 두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후세인이 사린가스나 VX 신경가스 등을 탄두에 실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쟁 양상은 급변한다. 어차피 재래식 군사력으로 미군에 대항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만에 하나 이판사판 식으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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