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속전속결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유가가 안정되고, 세계경제 회복도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라크전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라크전'보다 더 험난한 산(북핵문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이 조기 종료될수록 미국의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설령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잘 넘겨도, 전후(戰後)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많아 한국경제가 회복지연이라는 늪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후 세계경제 낙관론에 근거, "이라크전 조기종료후 한국경제도 숨통이 트이면서 당초 전망대로 5%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라크전이 4∼6주내 종결되면,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22∼25달러로 안정되고, 미국경제도 2.5%내외(지난해 2.4%) 정도 성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이라크전이 끝나면 세계의 이목은 곧 북핵 문제에 집중될 것이고, 주한미군 철수 공론화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외국인 직접투자의 이탈등으로 경제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나면 미국의 헤게모니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보다 강경해질 것이고, 한반도 긴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라크전 해결-북핵 문제 지속'때 한국경제 성장률이 3.5%(지난해 6.2%)로 하락하고, 주가는 45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핵 문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수치화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설령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 회복지연이라는 암초도 문제다. 전후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 일각에서는 유가안정 등으로 미국경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편에서는 미국·유럽·일본 경제의 구조적 불안 때문에 세계경제의 저성장·경기둔화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전비(戰費·500억∼1,500억달러) 부담―재정적자 확대―국채발행에 따른 금리상승―가계부담 증가 및 기업구조조정 촉진―소비·투자 위축의 악순환'을 들어, '짧은 반등, 긴 불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0년간 미국경제의 공급과잉과 거품, 달러화 약세와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유럽·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등으로 전후 세계경제의 조기회복은 힘들다"고 못박았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이라크전·북핵위기를 잘 넘겨도,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안 때문에 한국경제는 올해 5%대 성장이 힘들다"며 "지금은 눈높이를 낮출 때"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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