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군이 공습 하루 만에 이라크 영토에 진격함으로써 이번 전쟁이 새로운 작전 개념에 의한 전례 없는 전쟁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이번 전쟁은 공중 폭격과 지상군 투입의 동시 양면 작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 시차가 불과 16시간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자 군사 전문가들도 놀라는 모습이다.
미 제1 해병원정대, 제3보병사단, 영국 해병 특공대가 주도한 이라크 지상전 전개는 미국과 연합군이 무려 39일 동안 이라크를 공습한 뒤 지상군을 투입했던 1991년 걸프전 때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한 작전이었다.
더구나 걸프전 당시에는 이라크 군대를 쿠웨이트 점령지에 패퇴하는 제한된 작전 목표를 가진 데다 투입한 지상병력이 이번 전쟁보다 2배 이상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습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행된 지상전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뉴욕 타임스는 예상외로 빠르게 시작된 지상병력 투입의 1차적 목적을 유정(油井) 보호로 꼽았다. 이라크 남부 1,000여개의 유정 중 무에일라 부근 유정 6개 정도가 개전 초기 불에 타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지상전을 예상보다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미군은 이라크 군이 전장의 시야를 흐리게 해 공습을 피할 목적으로 유정에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라크 군에 대한 기선 제압의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 당초 지상전은 사전 공습과 심리전을 전개한 뒤 이번 주 말게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전 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등 '기회의 목표물'에 대한 크루즈 미사일 타격 후 곧바로 지상전을 감행함으로써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라크 군에는 기습에 따른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는 효과를 의도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개전 초반 과거와 다른 작전의 변형이 시도됨에 따라 미국이 공언해온 '충격과 공포'공격의 시기와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6년 해군 퇴역 군인 출신 전략분석사 할란 울만이 미 국방부 보고서에 처음 소개한 이 개념은 핵 공격에 버금가는 위력의 폭격을 통해 전력이 월등히 열악한 적을 공포의 상태로 만들어 초반에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전략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0일 "지금까지의 공격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일어날 일은 다른 어떤 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병력과 범위와 규모를 가질 것"이라고 말해 엄청난 규모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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